자가격리 손목밴드, 헌법·감염병예방법 속 근거는?

자가격리 손목밴드, 헌법·감염병예방법 속 근거는?

기사승인 2020-04-08 10:55:24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자가격리자 관리를 위한 손목 밴드 도입의 법적 근거를 두고 설왕설래가 벌어지고 있다.

7일 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비공개 관계 장관 회의에서 전자 손목 밴드 도입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일부 자가격리 이탈자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 중 하나로 손목 밴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목 밴드는 자가격리자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격리 장소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출동, 이탈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에 사용 중이던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보다 강화된 자가격리 이탈 방지 수단이다.

손목 밴드 도입 논의는 최근 자가격리자가 격리 장소를 임의로 이탈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인권 침해 소지가 있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지적이 있어 이견이 충돌하고 있다.

우선, 손목 밴드는 헌법상 사생활 보호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헌법 제12조와 18조는 모든 국민이 신체의 자유를 가지며,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손목 밴드는 명칭만 다를 뿐, 일부 범죄자에게 착용을 강제하는 전자발찌와 같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헌법 제 34조와 35조에 따르면 손목 밴드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도 없다. 해당 조항은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기 때문이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에서는 손목 밴드 도입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제6조에 따르면 국민은 치료 및 격리조치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활동에 적극 협조할 의무가 있다. 

아울러 동일 법률의 제 42조에는 감염병에 관한 강제처분 수단이 명시돼 있기도 하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지자체장은 1급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공무원으로 하여금 감염병의심자에 대해 ▲자가(自家) 또는 시설에 격리 ▲유선·무선 통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기기 등을 이용한 감염병의 증상 유무 확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감염병예방법의 조항들은 신체 구속을 허용할 만큼 강력한 의미로 해석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격리 조건·방식·수단 등을 대통령령과 보건복지부장관령으로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입법까지 하며 손목 밴드 착용을 강제하는 것은 과하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현재 활용 중인 자가격리 앱은 설치 시 자가격리자의 동의를 받고 있다. 해외 입국자의 경우 공항 입국절차에서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발생한 자가격리 대상자는 설치 의무가 없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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