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 약사만 팔자” vs “한약제제, 한약사만 팔겠다”

“일반의약품, 약사만 팔자” vs “한약제제, 한약사만 팔겠다”

업무 범위 놓고 평행선 팽팽... 국회 국민청원 등장한 약사-한약사 갈등

기사승인 2020-04-29 03:00:00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한약사들은 일반의약품을 팔면 안 된다’, ‘한약제제는 우리만 팔게 해달라’…. 취급 약물을 두고 약사와 한약사의 갈등이 팽팽하다.  

지난 14일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두 직능인 약사와 한약사 사이에 업무 범위를 놓고 이를 해결해 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왔다. 청원명은 ‘약국개설자가 면허범위 내에서 의약품 및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에 관한 청원’. 약사법 내에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는 내용을 ‘약국 개설자는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하여야 한다’로 개정해달라는 것이다. 

청원인 A씨는 “한약사는 한약 조제를 담당하기 위한 직능”이라며 “지난 수년간 한약사들이 약국 개설 후 면허 범위를 넘어서 한약제제가 아닌 일반의약품 판매로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됐다. 비한약제제에 대한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한약사의 일반 약 판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면서 “입법적인 논의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약사의 면허 범위를 넘어선 행위들은 장기적으로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질세라 한약사의 입장이 실린 국회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21일 청원인 B씨는 ‘한약사제도의 입법 취지대로 약사가 한방의약품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글을 올리며 “한약사제도의 입법 취지에 맞게 한약제제는 한약사만 팔 수 있게 해달라”고 응수했다.

약사법상에서 약사란 한약에 관한 사항 외의 약사(藥事)에 관한 업무(한약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담당하는 자,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藥事)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서 각각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자를 뜻한다. B씨는 “94년 약사법 개정 당시 한약사가 충분히 배출되기 전까지 공백을 대비한 한시적인 경과조항이었음에도 아직 괄호조항을 삭제하지 않아 약사들이 한방원리도 모르면서 한약제제 판매와 복약지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학대학에서는 한약과 한방원리를 제대로 공부할 교과목이 없다”며 “약사가 한방원리나 한방의약품을 공부하지 않았으면서 일반의약품이라는 이유로 취급하고 있다.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약사의 한약제제 사용을 금하고, 모든 의약품을 한약제제와 양약제제로 분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대한약사회와 대한한약사회 사이의 입장차는 크다. 김종진 한약사회 부회장은 “약사들이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한약사는 한약과 관련한 일반의약품만 취급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법 개정되길 바란다면 원래 한약사제도의 입법 취지대로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약사의 한약제제 취급 권한을 한약사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약사라는 직능을 별도로 만들었는데 우황청심환·쌍화탕·경옥고 등 한약제제를 약사가 다루는 것은 한약사제도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광민 약사회 정책기획실장은 “해묵은 논란”이라며 “직능 간에 이견이 있을 때 정부가 국민건강·안전 관점에서 결정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한약사들이 경제적 탈출구로 일반의약품도 판매하기 시작했다”며 “한약사 직능 자체도, 약사법 개정도 졸속으로 되다 보니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 범위와 역할의 차이가 분명함에도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불법을 정부가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약학과는 6년, 한약학과 4년으로 학제도 다르다”며 “약사법상 약사는 일반의약품·전문의약품·한약제제를 취급할 수 있다. 한약사는 한약 및 한약제제만 취급하게 돼 있다. 정부가 한약사제도를 계속 이어갈지에 대한 사회적인 검토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