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1분기 적자 4조원...코로나19·산유국 증산에 ‘직격탄’

정유업계, 1분기 적자 4조원...코로나19·산유국 증산에 ‘직격탄’

어닝쇼크 정유업계, 2분기도 어렵다

기사승인 2020-05-13 01:00:00

[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한국 정유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석유제품 수요 감소와 거대산유국의 증산경쟁 영향으로 1분기(1~3월) 4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1분기에만 4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4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1조1630억원, 영업손실 1조7752억원, 순손실 1조55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2.6% 감소했다. 영업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전환했다. 이는 창사 58년만에 최악의 실적이다.

업계 2위인 GS칼텍스 역시 1분기 1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매출액은 7조715억원으로 11.1%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조153억원이다. 이는 GS칼텍스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적자다.

아람코를 모회사로 둔 업계 3위 에쓰오일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1분기 매출액 5조1984억원, 영업손실 1조73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만 8806억원이다. 업계 막내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손실 5632억원, 순손실 4622억원을 기록했다.

4개사의 1분기 영업적자는 총 4조3775억원이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익이 3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만에 지난해 모두 번돈에 1조원 이상의 추가손실을 본 셈이다.

이러한 어닝쇼크(Earning Shock)급 실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갈등에 코로나 여파로 정제마진이 악화된 가운데 거대산유국의 증산경쟁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3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부터 1분기 내내 0달러 안팎을 오갔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인 휘발유·경유·나프타 등의 가격에서 원유의 가격과 운임·정제 비용 등 원료비를 제외한 값이다. 이 지표가 높아질수록 정유사의 수익도 높아진다.

보편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이다. 올해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에 못 미쳤고, 정유사들이 석유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아울러 거대산유국의 증산경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발생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도 정유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했다.

정유사들은 통상적으로 원유를 2∼3개월 전에 사고 실제 판매는 그 이후 진행한다. 원유를 산 시점보다 판매하는 기간에 원유 가치가 추락한다면 재고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다. 1분기 국제유가는 60% 이상 하락했다. 1분기 업계가 대규모 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2분기 전망도 어둡다. 정제마진은 지난 3월 셋째 주부터 지난 8일까지 배럴당 마이너스 3.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이 4~5달러인 상황에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실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2분기 유가도 바닥을 치고 있는 이상 추가적인 재고평가손실도 점쳐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이러한 경영위기에 가동률 조정을 통해 대처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8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전체 생산능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제2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정기보수를 진행 중이다.

GS칼텍스 역시 정기보수에 들어갔다. 정기보수에 들어간 여수공장은 글로벌 정유공장 중 단일 규모 4위인 시설이다. SK에너지 역시 정제공장의 가동률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도 적자 위험이 있다”며 “복합적인 대외변수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우며, 다양한 생존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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