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쿠키뉴스] 홍재희 기자 = 전북 익산 문화의 거리 모던갤러리를 찾은 것은 12일. 전시장에 들어서자 자유롭게 캔버스 위로 흩뿌려진 물감들이 리듬을 탄다. 이승우 작가는 재료나 기법에 구애 없는 자신의 작품 활동을 ‘짓거리’라고 부른다.
모던갤러리에서는 오는 30일까지 드리핑(dripping)을 비롯해 면 분할, 설치까지 일률적이지 않는 이승우 작가의 ‘짓거리 모음전’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테이프를 활용한 ‘꽃 창살’과 드리핑 기법의 ‘들꽃’ 시리즈, 설치, 면 분할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짓거리 모음전’은 경쾌한 색, 리듬감 있는 기법과 달리 ‘창문에 기대어 흘겨본 들꽃’ 시리즈, 코로나19의 시대상을 반영한 ‘눈감고 입막고 바라보기’, ‘죄 없는 자여 돌을 던져라’ 등 작가의 고뇌를 담고 있다.
그는 여느 화가들처럼 한 가지만 고집하지도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한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계속 다음 그림을 생각하고 이러한 그림에 대한 생각을 하루 16시간씩 그림에 쏟는다. 이 작가에게 그림은 그리움이다. 그는 “그림은 그리워서 그리고, 그리고나니 또 그리워지는 것이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림에 대한 애착과 변화를 그는 ‘짓거리’란 위트 있는 표현에 담아내고 있다. 그의 작업은 재료조차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화가들이 사용하는 아크릴이나 유화물감이 아닌 건축이나 인테리어에서 사용하는 도료인 페인트를 사용한다.
이 작가는 페인트 기본안료 삼원색을 가지고 색을 섞어 다양한 색을 만들어 내고 있다. ‘꽃창살’과 ‘들꽃’ 시리즈는 이렇게 만들어진 페인트 안료를 활용한 작품들로 아크릴물감이나 유화물감과는 또 다른 밀도와 발색이 느껴진다.
‘이내 사라지는 당신의 초상’ 설치작품은 관람자가 지나가버리면 거울에 비치는 형상도 사라져 버리고, 관람자가 바뀌면 또 다른 형상이 비춘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았던 이 작가의 작품들과 그의 부인 김옥희 씨의 ‘여인의 길’, 손자의 그림 2점 등 총 27점을 감상할 수 있다.
이승우 작가는 “김홍도의 질문에 신윤복이 답했듯이, 나 역시 그림은 그리움이다”면서 “작품을 하면서도 다음 작품을 생각하는, 그림은 나만의 놀이며 일기로 남은 삶은 그림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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