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으로 70년 살았는데”… ‘재난지원금’ 제외된 사연

“한국 국민으로 70년 살았는데”… ‘재난지원금’ 제외된 사연

'건보료'가 기준인데 3~5월 해외 체류로 건보 가입자격 정지

기사승인 2020-05-14 03:00:00

#“일흔을 바라보시는 분이 외손주 돌보겠다고 두 달이 채 안 되게 해외에 있다 오셨습니다. 그 때문에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대상자인 ‘전국민’이 되려면 ‘3월 29일’ 기준 건강보험 납부자여야 하는데, 해외체류 기간 동안에는 건보료가 면제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난 4년간 낸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을 뽑아가서 이의신청을 했지만 ‘4월30일’까지 입국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합니다. 지금껏 건보료 잘 내다가 딸 도우러 두 달간 미국 다녀온 저희 어머니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요?”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13일부터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지만, 일부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은 지급 신청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 3월29일부터 4월30일 기간동안 ‘건강보험 가입자’여야 한다는 기준 때문에 우리나라 거주자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해당 기간 동안 국내에 체류하던 재외국민은 재난지원금을 받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에 거주하는 A씨의 어머니는 국내에서 살면서 도시민박업 간이사업자로 국민건강보험료를 납부해왔다. 그러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2월부터 사업 운영이 어려워졌고, 때마침 친정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딸의 요청이 있어 3월14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5월5일 귀국했다.

모친은 출국 전 3월분 건보료를 납부하고, ‘근무처변동’ 신청을 통해 미국 체류기간에 한해 건보 가입 자격을 정지시켰다. 참고로 1개월 이상 해외에서 체류하면, 건보 가입 자격은 자동 정지되고 건보료 납부도 면제된다. 체류기간 동안 국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국 후에는 자동 또는 변동신청 후 가입 자격이 회복된다.

코로나19로 항공 일정이 변경되며 귀국이 늦어졌지만 다행히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신청일인 11일 이 전에 돌아왔기 때문에 A씨와 모친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급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원금 지급 기준 일자에 국내에 거주하지 않았고, 건강보험료 가입 자격도 정지돼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A씨는 “신청 전 온라인으로 조회했을 때 가구원이 0명으로 나오더라. 지원금 사이트에 나와 있는 안내대로 주민센터에 문의하니 센터도 처음이라 오류일 수 있다면서 출생연도 신청일에 신청해보라고 했다”며 “그래서 화요일인 12일 신청을 했더니 대상자가 아니라고 나왔다. 건보료 면제 때문인가 싶어 주민센터, 보건복지부 콜센터, 행정안전부 콜센터, 구청, 인터넷 검색 등등 종일 연락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겨우 연결이 된 곳에 사정을 말했더니 그쪽에서는 이의신청 절차 등에 대해서만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복지부 콜센터에서는 ‘3월 29일 기준 건강보험 납부자만 재난지원금의 ‘전국민’에 해당되고, 행안부 지침대로만 안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행안부 콜센터는 전담부서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게 전부였고, 전담부서는 종일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난 4년간 납부한 건보료 이력들을 준비해 이의신청을 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더 황당했다. ‘4월 30일’까지 건보 가입 자격을 회복했었어야 한다고 했다”면서 “여태 꼬박꼬박 건보료 잘 내다가 딸 도와주러 잠깐 해외에 갔다 오니 ‘너는 전국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는 ‘전국민 대상 국가재난지원금’이 어디 있느냐. 그러면 해외에 살다가 그 기간에만 한국에 온 재외국민은 받을 수 있는 거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출도 안 하시고 몇 달째 수입도 없지만 생활비는 계속 나가고 있다. 모두 힘들고 다 같이 뭉쳐야하는 시기에 시행하는 감사한 정책이지만, 실제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는 국민이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경직된 적용이 많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A씨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배경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있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3월 29일 기준 건보료로 산정했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 가구원과 지급 대상 가구수가 다를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그 기간도 4월 30일까지로 한정했다. 때문에 재외국민이라도 이 기간 동안 건강보험료를 냈다면(가입자 자격을 얻었다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국내 거주자라도 자격을 정지 또는 상실했다면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사전에 충분한 통지나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이러한 상황을 발생시킨 원인으로 꼽힌다.지급 대상이 ‘전국민’으로 확정된 시기도 4월 말이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어떤 정책이든 기준이 필요하고, 이번에도 기준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국민이라는 걸 알지만 지급하기 위해서는 ‘건보료’에 잡혀야 하는 기준에 충족해야 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귀국하세요’라고 예고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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