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어렵다”

“나홀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어렵다”

[2020 쿠키뉴스 미래행복포럼] 최소 비용 ‘2조’ 감당할 다국가 기금 필요

기사승인 2020-05-26 16:14:51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의 협력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필수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이철우 국제백신연구소(IVI) 박사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12층에 컨벤션에서 열린 미래행복포럼에서 “단일 국가나 하나의 기관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 협업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백신 개발에는 약 10년이 소요된다. 백신을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기관은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동물실험을 통해 얻은 자료를 기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신청 계획서 제출해야 한다. 계획서가 승인되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개시할 수 있다. 

임상시험은 10명 내외 소규모로 진행되는 1상부터 점차 규모를 늘려 2상, 3상까지 이뤄진다. 모든 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면역 활성 효과가 확인된 후보물질은 백신으로 허가를 받아 제품화 할 수 있다. 허가 이후 제품 출시와 공급에 필요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백신 보급은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출시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은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박사는 특히 ‘푸쉬 앤 풀’전략을 강조했다. 이는 행정적, 금전적 지원을 통해 기업이나 연구소의 백신 개발을 빠르게 밀어주고, 개발을 앞둔 백신에 대한 생산·수입 관련 계약들은 선제적으로 체결해 공급로를 닦아두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하려면 여러 국가와 기업들이 긴밀히 협업해야 한다. 이 박사는 대표적인 사례로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을 제시했다. CEPI는 지난 2017년 다보스 포럼에서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를 도모하고자 설립된 국제적 비영리 민간 기금이다. 영국, 노르웨이, 독일을 비롯한 13개국 정부와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 웰컴 재단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기금은 댜양한 감염병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투자된다.

이 박사는 “백신의 개발부터 출시까지는 최대 2조원가량 금전적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 비용을 하나의 연구기관이나 단일 기금이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협업이 없다면 백신 개발은 연속성있게 추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전 세계의 여러 연구기관과 제약사들이 CEPI로부터 지원금을 전달받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라며 “이 같은 다국적 기금의 지원은 백신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조속히 개발돼 효율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과 학계와 정부를 아우르는 산·학·연 컨소시엄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우리는 이미 에볼라와 지카 바이러스를 겪었다”며 “당시 기업과 정부는 백신·치료제 개발이 여러 규제와 제도적 장치들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 비해 현재 코로나19 국면에서는 기존의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던 시도들이 모두 적용되고 있다”며 “규제당국의 신속한 심사, 기업들의 발빠른 연구 진행이 이뤄지고 있으며, 늦어도 내년까지는 백신을 완성하겠다는 것이 기업과 정부의 의지다”라고 말했다.

팬데믹 위기상황이 아닌, 평상시에도 백신 플랫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지속돼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이 박사는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약독화, 사백신 바이러스, 백터 기반 기술 등 사용하거나 DNA·RNA 유전물질 활용하는 등 기존에 연구됐던 백신 기술이 모두 적용되고 있다”며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축적된 선행 연구자료들도 코로나19 백신 연구에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백신 플랫폼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성과가 쌓여있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박사가 소속된 IVI는 카이스트, 포스텍, 제넥신, 바이넥스, 제넨바이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코로나19 DNA백신 ‘GX-19’를 개발 중이다. GX-19는 바이러스 항원을 띄는 유전 물질을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기술이 적용된 백신 후보물질이다. 아울러 연구소는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이노비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INO-4800'의 임상시험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INO-4800의 1상 임상시험이 지난달 6일 개시됐다. 연구소는 이와 병행해 국내에서도 1∙2상 임상시험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박사는 1상에서 40명을 대상으로 저용량 투여군과 고용량 투여군을 비교하는 시험을, 2상에서 120명을 대상으로 시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시험을 설계 중이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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