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터뷰] 한화생명 ‘노페’ 정노철 코치 “성적 내서 당당히 LCK 변화 시키고파”

[쿡터뷰] 한화생명 ‘노페’ 정노철 코치 “성적 내서 당당히 LCK 변화 시키고파”

[쿡터뷰] ‘노페’ 정노철 코치 “성적 내서 당당히 LCK 변화 시키고파”

기사승인 2020-06-03 15:19:40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한화생명e스포츠의 ‘노페’ 정노철 코치는 ‘노갈량’이라 불린다. 그간 지도했던 팀들을 기발하고 유연한 전술을 바탕으로 수차례 정상으로 끌어올려서다. 

2014년부터 락스 타이거즈를 맡아 2016년까지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비롯해 세계무대를 주름잡은 그는 2017년부터는 ‘중국 프로리그(LPL)’의 에드워드 게이밍(EDG)를 지휘하며 ‘2017 LPL 서머’ 우승으로 이끄는 등 성공가도를 이어갔다.

국내로 복귀한 2019년엔 다소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여전히 많은 LCK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지도자다. 지난해 11월부터 한화생명e스포츠의 코치를 맡아 또 한 번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정 코치를 쿠키뉴스가 만나봤다. 

Q. 2019년 아프리카 프릭스와 계약이 끝나고 한화생명에 합류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감독 대행으로 있다가 다시 코치로 합류한 것인데,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중국 쪽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예전에 중국에 있을 때부터 사적으로 뵈면서 인연이 있었던, 손대영 감독님과 몇 차례 대화를 나눴어요. 굉장히 좋은 분이시기도 하고, 한화생명 사무국쪽에서 같이 하자는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마음이 동했죠.”

Q. ‘코리안 G2’라고 불릴 정도로 시즌 초반 신선한 밴픽, 스타일을 보여준 한화생명입니다. 선수들의 포지션 변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셨는데요.

“저도 들어서 뒤늦게야 알았는데, 제가 여태껏 포지션 변경에 대해서 되게 적극적으로 진행을 하고 있더라고요. 아프리카에 있을 적이나 지금이나 ‘포지션 변화를 해야겠다’, 혹은 ‘필요하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팀 상황이나, 로스터 풀 같은 것들을 고려해서 성적을 잘 낼 수 있는 최적의 방향을 찾다보니까 포지션 변화를 자연스레 시도하게 된 편이죠. 

‘라바’ (김)태훈이 같은 경우는 제가 코치로 오기 전부터 포지션 변경을 하기로 결정이 나 있는 상태였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원딜 쪽이 잘 어울릴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비스타’ 선수는 사실 ‘코어장전’ 선수를 많이 생각했어요. ‘포지션 변경이 선수에게 좋은 걸까’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코어장전 선수가 원거리 딜러에서 서포터로 전향하면서 원거리 딜러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 보니 조금 더 서포터를 잘하게 됐다는 얘기가 떠올랐어요. 그런 걸 바탕으로 해서 ‘비스타’ 선수도 포지션 변경을 시도해 보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죠.

팀 상황도 영향을 미쳤어요. ‘리헨즈’ 선수를 영입하면서 1년 동안은 서포터로 뛰는 게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거든요. 천천히 성장하자는 느낌으로 추진했죠.”

Q. 다양한 시도, 노력에도 불구 8위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아쉬움도 크실 텐데요. 손 감독님은 어느 정도 지금의 성적을 예상했다고 하셨는데, 코치님이 보시기엔 어떠신지요.

“말씀하셨다시피 올 시즌 한화생명도 스타일 변화를 많이 시도 했잖아요. 저는 중국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과거 락스를 맡았을 때도 제 철학이 적극적인 교전,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플레이를 하자는 쪽이었거든요. 이전부터 라이엇 게임즈가 패치 방향을 운영에 강점이 있는 한국보다는 중국이 잘하는 교전 쪽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걸 체감했어요. LCK가 교전 지향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었고, 한화생명 선수들에게도 이를 주입하면서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애썼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결과가 안 좋다보니까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선수들이 결과로 보여줬다면 LCK가 조금 더 빨리 변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요.

한화생명의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당장 1승 1승이 소중했던 환경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패배가 거듭되고 선수들은 자신감이 떨어지는, 그런 악순환이 계속됐어요. 당장의 1승을 위해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쉬워요.”

Q. 내년부터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되면 승강전이 사라져요.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승리에 목 매달기보다 다양한 시도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코치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하위권 팀부터 시작해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강등 위험이 많이 줄어서 새로운 메타, 챔피언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올 시즌 강점을 보여준 팀은 APK 프린스 같아요. 개인적으로 정말 매력적인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팀이 많이 생기다보면 LCK 상위권 팀들도 원투 펀치를 맞게 되고,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 한화생명도 손 감독님이 그리는 그림이 있어요. 2군 선수들을 올려 어린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올리면서 내년, 내후년을 바라보는 거죠. 이미 중국은 젊은 피를 수혈하는 시스템이 활성화가 돼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프랜차이즈를 바라보고 있어요.”

Q. ‘바이퍼’ 선수가 합류하며 하체에 힘이 생겼다는 평가입니다. 기대가 크실 것 같아요.

“함께 연습하고 있는데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해요. 정말 똑똑하고 피지컬이 좋은 선수예요.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스스로도 노력을 많이 해주고 있어서 고맙고요. 사실 ‘리헨즈’ 선수가 그간 고생을 많이 했어요. 이제 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게임이 상당히 재미있어 질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웃음).”

Q. ‘두두’ 선수를 포함해 ‘캐드’, ‘물컹’ 등 육성군 선수들이 대거 콜업 됐습니다. 이들에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셨는지요. 이들의 모습을 서머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요.

“상황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로스터 구상은 감독님 생각에 따라 달라져요. 경쟁력이 있어서 올린 거고요, 확답을 드릴 순 없지만 모습을 보실 수도 있을 거예요.”

Q. 서머 시즌 좋은 성적을 위해 선수들이 보완해야 할 시급한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편안하게 게임하는 거요. 선수들이 마음의 부담을 덜었으면 좋겠어요. 창의적인 플레이는 편안한 마음에서 나오거든요. 스프링 시즌은 중압감을 느끼는 등 심적으로 선수들이 괴로워해서 아쉬웠어요. 서머 때는 조금 내려놨으면 좋겠어요.

‘라바’ 선수가 한화생명에서 오래 해 왔어요. 이번 년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 줘야 하는 상황이에요. 최근에는 폼이 많이 올라왔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손 감독님이 특별 코칭도 들어간 상태예요. 태훈이가 많이 성장해서 서머 때 제 기량을 발휘해주고 잠재력이 터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태훈이 손에 많은 게 달려 있어요.”

Q. 락스부터 시작해 EDG, 아프리카 등 다양한 팀을 거치셨어요. 코치로서의 철학 등에도 변화가 없진 않았을 것 같아요. 한화생명 코치로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라이엇의 패치 방향에 맞춰 제 철학도 변하긴 했어요. 그런 부분은 세세한 것들이고, 아무래도 제일 큰 변화는 감독을 맡았다가 코치 역할을 하게 된 거죠. 손 감독님의 배려 덕에 인게임 쪽으로만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정말 편안하게 해주시거든요. 최근에 제가 허리를 다쳤는데, 많이 도와주셨어요. 오히려 제가 게을러지는 느낌이에요(웃음). 그럴수록 서머시즌 심기일전해서 선수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내야 할 것 같아요.”

Q. 곁에서 지켜본 손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요?

“정말 좋은 분인 것 같아요. 늘어놓으면 한도 끝도 없어요(웃음).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편안하게 코치‧선수들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환경 조성을 해주시고요. 선수들이 심적으로 흔들릴 때는 잡아주실 수 있는 분입니다. 저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명장이예요.”

Q. ‘미드 시즌컵(MSC)’에서 중국팀들이 괴력을 보였습니다. 코치님도 감독으로서 중국 리그를 가까이서 접하셨던 적이 있죠. 중국팀의 이러한 선전을 과거 예상하셨나요?

“EDG에서 나온 뒤로 개인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서 자주 얘기한 것 같아요. 중국의 실력이 올라온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환경 조성을 라이엇이 잘 해준 것도 맞아요. LCK가 변화를 체감하고, 변하려고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어요. LCK는 그간 변화에 적극적이었다기보다 천천히 했잖아요. 도전을 하다가도 안하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어요. 

작년에 아프리카에 있을 때부터 ‘이거 좋지 않다,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실제로 올해부터는 격차도 많이 벌어졌고, MSC를 보면서 이걸 따라잡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할 말은 없는 게, 제가 ‘이미 알고 있었다’라고 해도 성적을 못 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웃음). 성적을 내야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야 LCK의 전체 흐름을 변화 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Q. 우리가 LPL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앞서도 말했지만 선수들의 편한 마음가짐이요. 그걸 가능케 하는 건 감독‧코치들의 배경 조성이고요. 현재 라이엇의 패치 방향에선 실수가 안 나올 수가 없어요. 게임을 하다보면 정말 치명적인 실수를 제외하고 간헐적으로 나오는 실수는 메타상 당연한 상황이에요. 실수를 하더라도 빠르게 딛고 올라올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해요. 하나하나의 실수들로 선수들이 받는 압박이 강하다면 자연스레 위축되고, 플레이는 창의성을 잃어버려요. 편안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끝으로 서머 시즌 목표와 포부를 듣고 싶어요.

“아무래도 (박)도현이가 들어와서 이제는 뒤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정말 저희 한화생명e스포츠가 내년까지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이번 서머시즌이 중요할 것 같아요. 반드시 플레이오프에 갈 생각이고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우승까지, 혹은 롤드컵까지 갈 수 있도록 감독님 지휘 아래 선수단 모두가 열심히 할 테니까 기대해주세요. 저희와 함께 경기를 즐겨주셨으면 해요.”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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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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