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터뷰] KT ‘유칼’ 손우현 “이제는 저만의 스타일 만들래요”

[쿡터뷰] KT ‘유칼’ 손우현 “이제는 저만의 스타일 만들래요”

[쿡터뷰] KT ‘유칼’ 손우현 “이제는 저만의 스타일 만들래요”

기사승인 2020-06-08 15:26:27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2017년 KT 롤스터에서 데뷔한 ‘유칼’ 손우현은 2018년 ‘리그오브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우승,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8강 진출을 이루며 LCK를 이끌 차세대 미드라이너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KT를 떠나 손우현이 보여준 모습은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아프리카에서 다소 주춤했던 그는 그리핀 소속으로 뛴 지난 시즌 악몽과도 같은 경험을 했다.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승강전 끝에 예기치 못한 강등까지 당했다. 벼랑 끝에 몰린 손우현은 용기 내어 친정팀의 문을 두드렸고, KT 롤스터도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의 KT 연습실에서 손우현을 만났다.

Q. 정말 힘든 시즌이었습니다.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지난 시즌 초반엔 ‘타잔’ 이승용 선수랑 호흡이 되게 안 맞았어요. 그런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호흡이 조금씩 나아지는 데서 재미를 많이 느꼈어요. 

사실 강등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연습 단계 때는 자신감도 있었고, 잘했어요. 승강전 때는 경기력이 안 나오다 보니까 떨어졌을 때 허탈감이나 분노, 이런 것보다는 같이 하는 팀원들을 보며 안타까웠어요. 경기 중에도 부담감을 느끼는 게 저한테도 와 닿았다고 할까요. 부담감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그런 변수는 생각 못 했어요.”

Q. 언제부터 KT로 돌아오기로 결심하셨나요.

“원래는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릴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어요. 그리핀에서 계속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서머 시즌이 끝나고 나면 KT로 돌아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어요. FA가 됐다는 걸 알고 나서는 KT로 확실하게 마음을 정했어요.”

Q. 복귀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해요.

“프로게이머 생활이 길어지면서 여러 팀을 경험했잖아요. 어느 순간 단순히 승패를 따지는 것을 넘어서, 프로게이머로서의 의미를 찾게 됐어요. 어느 한 팀의 중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그런 의미에서 KT가 제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Q. KT 시절과 달리 아프리카, 그리핀을 거치면서 기량이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어요. ‘저니맨’으로 전락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제가 걸어온 행보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주변의 평가를 많이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에요.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것만 할 생각이에요. 물론 저를 향한 세간의 평가가 틀리다고는 생각 하지 않아요.”

Q.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요. 올 시즌 막바지에도 그런 모습을 보였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픽 조합이라든지, 게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이 정확하게 수립되면 수행을 잘 하는 편이예요. 하지만 메타를 잘 모르면 당황하곤 해요. 연구 등에 매진해서 조금 더 착실하게 데이터를 쌓아 가다보면 기복이 많이 줄지 않을까 생각해요. 스스로도 기복있는 경기력을 제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저한테는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Q. 연습실부터 숙소까지, KT가 과거와 달리 정말 많이 변했어요. 돌아오니 어떤가요?

“밥 해주시는 이모님 빼고는 정말 다 바뀌었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오히려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특히 숙소가 양재에 있을 때랑 차이가 많이 나서 좋은 것 같아요.”

Q. 다행히 익숙한 얼굴들도 있어요. 

“확실히 (송)경호 형 같은 경우는 만났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반가움이 있었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특별한 느낌이었어요. 사실 KT에서 경호 형을 봤을 땐 제가 미성년자였거든요. 형들을 대할 때 조금의 불편함은 있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까 느낌이 달랐어요. 

(김)하람이는 오프 시즌 때도 많이 봤었는데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하람이가 장난 식으로 KT에 오라는 등 말을 많이 했거든요. 그게 KT로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되긴 했어요. 듣다 보니까 정말 KT로 돌아가야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감독님께도 말을 잘 해줘서 제가 KT로 돌아오는 데 힘이 돼 주기도 했고요.”

Q. 밖에서 바라본 KT는 어떤 팀이었나요?

“사실 시즌 초반에 5연패를 할 때도 워낙 단단한 팀이라고 생각해서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팀들은 기적 같다면서 바라봤지만, 저는 시즌 전부터 잘할 거라고 생각해서 별로 안 놀랐어요. 연패를 안 했더라면 더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쳤을 거예요.”

Q, 직접 경험한 KT는요?

“그간 프로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들을 저만의 것으로 잘 못 만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KT에 오고나서는 코치님들께서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저만의 스타일을 깔끔하게 다듬고,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아요.”

Q. ‘쿠로’ 이서행 선수가 있어서 주전 미드라이너로는 나서기 힘들 거라는 관측도 있어요.

“서행이 형한테 배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팀에 해가 된다면 제가 안 나오는 게 맞아요. 팀에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 연습하면서 성장할 거예요. 제 위주로 팀이 만들어지는 걸 바라진 않아요. 팀 성적이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쿠로 선수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서행이 형에겐 그런 믿음이 있어요. ‘크게 흥하진 않더라도 절대 망하지는 않는다’라는. 기복 없는 플레이죠. 제가 보완해야 되는 부분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Q. 손우현 선수가 보낸 장문의 편지에 강동훈 감독님이 화답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내용이었는지 짤막하게나마 들을 수 있을까요.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는데, 사실 저는 부정적인 답변을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하람이가 얘기를 해놔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다렸다는 듯 선뜻 제 손을 잡아주셨어요. ‘먼저 다가 와 줘서 고맙다’ 같은 내용이었어요. 감동이었어요.” 

Q. LCK에서 체계적이기로 유명한 강동훈 사단이에요. 겪어보니 어떤가요?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연습실에 처음 왔을 때부터 그런 부분이 잘 돼있다고 느꼈어요. 숙소는 휴식터, 연습하는 곳은 회사 같은 느낌이예요. 공과 사가 확실히 구분되는 느낌이라 집중하기 좋은 환경 같아요.”

Q. 팬들이 복귀를 열렬히 반겨줬어요. 팬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의외였어요. KT라는 팀을 제 발로 나갔잖아요. 제가 팬이었으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에요. 앞으로는 응원할 맛 나게 잘 하고 싶어요. 성적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그런 부분들을 떠나서도, 프로게이머와 함께 성장하는 재미도 느끼셨으면 해요.”

Q. 서머 시즌 목표가 궁금해요.

“여러 팀들을 옮겨 다녔잖아요. 팀 마다 색깔이 달랐어요. 그런 부분들을 합쳐서 저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걸 토대로 조금 더 단단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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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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