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3金’도 못 살린 한화, 감독만 문제일까

[옐로카드] ‘3金’도 못 살린 한화, 감독만 문제일까

[옐로카드] ‘3金’도 못 살린 한화, 감독만 문제일까

기사승인 2020-06-10 15:40:25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감독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일까.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은 14연패의 책임을 지고 지난 8일 사퇴했다. 한화 구단은 곧바로 최원호 퓨처스(2군) 감독을 1군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 

한 감독은 1988년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 15시즌 동안 120승을 거둔 ‘원클럽맨’ 레전드다. 한화를 거쳐 두산 베어스에서 투수 코치와 수석코치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그는, 10년간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친정팀의 러브콜에 소매를 걷어 붙였다. 한 감독은 2018시즌 한화 사령탑에 올라 11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올 시즌 긴 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구단의 눈 밖에 났다. 시즌을 마무리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14연패를 기록한 뒤, 한 감독은 쫓기듯 팀을 떠났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장들인 ‘3김(金)’도, 팀의 ‘레전드’도 살리지 못한 한화다. ‘국민감독’ 김인식을 시작으로 한국시리즈 최다우승(10회)에 빛나는 김응용,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이 모두 한화를 거쳤지만 이 기간 포스트시즌 진출은 2회에 불과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세 명의 명장 ‘3김’도 한화의 암흑기를 청산하지 못했다. 

최 감독 대행이 파격행보를 보이며 팀 쇄신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없는 한 한화 이글스의 감독 잔혹사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화가 거듭 실패하는 이유는 ‘새 얼굴’이 없기 때문이다. 스카우트도, 육성도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구관’만 로스터를 꾸준히 채운다. 한 시즌 144경기를 치르기 위해선 주전 선수들이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이탈할 경우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 수준급 백업 선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올 시즌 한화엔 주전 선수와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백업 선수가 없다. 일례로 이성열(0.226)과 송광민(0.217·이상 타율)은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규정 타석을 채우고 있다. 이들을 대신해 출전 기회를 줄 선수가 없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1년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가 지명한 선수들이 합작한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는 21.2다. 롯데 자이언츠에 이은 2위다. 1위 두산 베어스(129.3)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화는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4라운드까지만 지명한 뒤 5라운드부터는 영입을 포기하는 행보를 보였는데,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는 7라운드에서 지명을 멈췄다. 이때 놓쳤던 선수가 현재 리그 최고의 포수인 양의지(NC다이노스)다. 

선수 보는 안목이 없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육성 능력도 볼품없었다. 2006년 데뷔한 최고의 투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제외하곤 2007년부터 한화에 입단한 신인들 중 골든글러브를 받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 육성을 포기하고, 베테랑과 외부 영입만을 고집했던 행보의 결과는 2010년대를 잠식한 긴 암흑기였다.

스카우트와 육성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보이고 있지만 책임은 온전히 현장에서만 짊어지고 있다. 핵심 프런트 인력들은 보직을 바꾼 채 여전히 구단의 수뇌부 노릇을 하고 있다.

한화 구단이 팀을 이끌어갈 장기적인 비전이나 일관성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김응용, 김성근 감독 시절에는 몸값이 비싼 외부 FA를 영입하는 데 큰 비용을 지불하며 선수단의 고령화를 불러왔다면, 한용덕 감독에게는 전력보강이 다급한 상황에서도 막연한 육성만을 내세우며 정작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없이 10년 째 되풀이 되는 ‘보여주기식 인사’로는 더 이상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 2020년의 한화가 85년의 삼미와 비교되는 현 상황은 분명 큰 문제가 있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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