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한국이 폐허가 된 상태로 버려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 이후 4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반도’는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남겨진 이들이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애니메이션 ‘서울역’(감독 연상호)으로 시작된 ‘연상호 유니버스’가 ‘반도’에서 어떻게 확장될지, 16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미리 들어봤다.
△ “프리 프로덕션 기간만 1년”
연 감독은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1년여의 프리 프로덕션을 거쳤다고 말했다. 통상 국내 상업 영화들이 4개월간의 프리 프로덕션 끝에 촬영에 돌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준비 기간을 길게 잡은 것이다. 일찍부터 배우들과 소통하며 세계관을 공유한 덕분에 실제 촬영에서도 빠른 몰입이 가능했다고 한다. 김노인 역의 배우 권해효는 “규모가 큰 장르 영화는 얼마나 준비가 잘 되어있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라며 “‘반도’의 경우, 촬영 전부터 우리가 들어가야 할 가상의 공간을 다 만날 수 있었고 연상호 감독과 상의하며 그의 세계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부산행’엔 마동석, ‘반도’엔 이레”
2016년 ‘부산행’이 칸에서 처음 공개됐을 당시, 현지 관객들은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를 두고 ‘맨손으로 좀비를 때려잡는 코리안 히어로’라며 열광했다. 연 감독은 “‘부산행’에 마동석이 있다면 ‘반도’엔 이래가 있다”며 “전투력 최강의 인물”이라고 귀띔했다. 이레는 준이를 통해 좀비 떼를 헤쳐나가는 카 체이싱으로 속도감과 타격감 넘치는 액션를 보여줄 전망. 배우 구교환은 이레의 카 체이싱 연기를 두고 “영화 ‘터미네이터2’의 에드워드 펄롱 이후 가장 멋진 드라이빙 연기다. 이레 배우님을 리스펙트(존경)한다”며 감탄했다.
△ “‘부산행’에서 본 좀비들, 이번에 진화했다”
‘부산행’을 극장에서 대여섯 번이나 봤다며 연 감독의 팬을 자처한 배우 이정현은 “‘부산행’의 좀비들이 ‘반도’에서 진화한 것 같다. 훨씬 더 빨라졌다”고 귀띔했다. 그는 덕분에 영화의 전개도 더욱 빨라졌다고 인상도 강렬해졌다면서 “촬영하는 내내 너무나 흥분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부산행’을 통해 좀비물의 장르적 매력뿐 아니라 사회를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기도 했던 연 감독은 “이렇게 큰 상업영화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에는 당위가 희망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작품의 메시지를 귀띔했다.
△ “칸 공식 초청, 기뻐서 소리질렀다. 호우~!”
제73회 칸 국제 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일찍부터 기대를 받아온 ‘반도’. 서 대위를 연기한 배우 구교환은 “(칸 초청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호우~!’하며 소리를 질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돼지의 왕’(2011)과 ‘부산행’으로도 칸의 부름을 받았던 연 감독은 ‘칸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로잡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초청됐는지 나도 궁금하다”고 답했다. 권해효는 “칸 영화제로 검증을 받은 느낌이라 안심하고 관객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영화는 오는 7월 국내와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 동시기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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