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 중국 동포에 사과하라” 화해 권고

법원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 중국 동포에 사과하라” 화해 권고

법원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 중국 동포에 사과하라” 화해 권고

기사승인 2020-06-18 18:20:26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2017년 개봉한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가 영화에서 중국동포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끼도록 표현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법원이 권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2부(부장판사 정철민·마은혁·강화석)는 중국 동포 김모씨 외 61명이 영화 제작사 무비락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지난 3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청년경찰’ 제작사는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 묘사로 불편함과 소외감을 느꼈을 수 있는 원고들에게 사과의 의사를 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영화를 제작하면서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혐오 표현이 없는지 충분히 검토하라”고 했다.

화해 권고 결정 확정 후 제작사 ‘무비락’ 측은 김씨 등에게 사과하며 “앞으로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관객들로 하여금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혐오 표현은 없는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김씨 등의 대리인 측은 “이번 법원 결정은 영화 제작사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외국인 집단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했다면 이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사법부 최초 판단”이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또 이번 판결에 대해 “그동안 영화를 비롯한 미디어와 언론에서 조선족 동포를 비롯한 국내 체류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혐오적 묘사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해오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평가하며 “우리 사회가 이번 법원 결정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경찰’은 경찰대학교 학생 두 명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우연히 한 여성이 납치되는 상황을 목격하고 신체 장기매매 범죄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배우 강하늘, 박서준이 주연해 개봉 당시 500만 관객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으나, 대림동을 우범지역으로 묘사해 개봉 당시부터 중국동포들의 큰 반발을 샀다. 

그러자 일부 중국 동포들은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선 인종차별적 혐오표현물인 영화 ‘청년경찰’을 상영해 인격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의 침해를 입었다”며 제작사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 1억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영화가 가상의 시나리오를 기초로 제작됐고,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제작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영화 내용이 관객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이 혐오스러운 조선족 집단에 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은 김씨 등이 주장하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내리는 대신 제작사가 사과하는 선에서 양측의 화해를 권고했다.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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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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