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정호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KBO에 복귀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취재진의 질의에 이와 같이 답했다.
지난 2016년 12월 6일 이후 1295일 만의 공식석상이었지만 강정호의 사과는 이번에도 본질을 벗어나 있었다. 많이 반성했고, 변화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더니 “제 잘못을 용서 받는 일은 야구로 보답하는 일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던 4년 전의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정호는 전과자다. 2016년 12월 음주운전 사고를 범한 그는, 범죄 사실을 은폐하고자 운전자를 바꿔치기 하고 숙소로 숨었다. 결국 발각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과거 두 차례나 음주운전 사고를 낸 이력이 드러나 여론의 회초리를 맞았다. 법원에게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간 강정호는 갖은 고초를 겪었다. 은퇴 기로에도 몇 차례 섰다. 분명 후회도, 느낀 점도 많았을 터다. 하지만 강정호가 음주 운전 논란 후 어떤 사람으로 바뀌었는지 팬들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팬들은 강정호의 복귀를 원치 않는다. KBO 복귀를 막아 리그에 ‘본보기’를 세워야 한다고 믿고 있다. 강정호가 별다른 제약 없이 복귀한다면 나쁜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성난 팬들은 키움, 더 나아가 KBO리그 보이콧 운동까지 감행할 기세다.
강정호는 이날 “지금까지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항상 제 위주로만 살아왔다. 앞으로는 가족 분들이나 팬 분, 지인들에게 배려하면서 그 사람들에게 보답해주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여전히 이기적이다. 자신이 명예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리그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은 외면하고 있다.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는 접어둔 채,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4년 전의 강정호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유소년 기부를 할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직접 학교를 방문하면서 재능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프로에서 오랜 기간 뛰면서 나태해졌고 자만심을 가졌다. 내 경험담을 전해주면서 유소년 선수들에게 초심을 잃지 말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첨언하기도 했다.
강정호는 착각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은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는’ 그의 백 마디 말보다 KBO의 ‘일벌백계’로부터 배운다. 강정호가 한국에서 다시는 야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만큼 확실한 조기 교육은 없다. 음주운전을 세 차례나 저지르고도 멀쩡히 선수로 뛰는 강정호를 귀감으로 삼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
4년간 이렇다 할 사과 없이 기회만 엿보던 강정호는, 복귀길이 열리자 뒤늦게야 한국으로 돌아와 떠밀리듯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정한 사과를 동반해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강정호는 맥락 없이 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더 큰 실망감만 안겼다. 심판의 삼진아웃 콜이 떨어진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는 도대체 언제까지 배터박스 주변을 서성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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