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가 반값”…면세업계, 눈물 머금고 재고 팔아도 ‘깜깜’

“프라다가 반값”…면세업계, 눈물 머금고 재고 팔아도 ‘깜깜’

기사승인 2020-06-24 05:01:00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면세업계가 재고 면세품 판매 허용 조치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프라다 등 명품을 할인가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 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고객들의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다만, 이런 뜨거운 반응에도 근본적으로 여행 수요가 살아난 것은 아니다보니 업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롯데쇼핑 통합온라인몰 롯데온은 23일 오전 10시 롯데면세점의 재고 면세품 판매를 개시했다. 시작 전부터 접속이 폭주하면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사이트가 불통됐고, 20분 만에 정상화됐다. 끌로에, 페라가모, 지방시, 발렌티노, 토즈, 발리, 펜디, 토리버치, 알렉산더 맥퀸 등 9개 브랜드 77개 상품이 최대 60% 할인된 가격에 팔렸다. 

지난 3일 재고 면세품 판매를 시작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전날 온라인 쇼핑몰 'SI빌리지'에서 페라가모·지미추·투미·마크제이콥스의 제품 280여개를 판매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품절률은 90%에 달했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세계면세점과 추가 물량 확보를 논의 중이다.

신라면세점도 오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수입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총 40여개 브랜드의 면세 재고상품을 ‘신라트립’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지방시와 펜디, 프라다 등을 비롯한 20여개 브랜드가 1차 판매 상품으로 준비된다. 판매 상품은 총 100억원 규모다.

겉으론 재고 면세품이 성공적으로 팔리며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재고 처리를 위한 면세품 판매는 마진을 남길 수 없는 데다, 결국 또 다른 임시방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악성 재고를 줄여 자금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만 의미를 두고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결국 본질적 문제는 여전하다는 우려다. 

코로나19로 관광과 여행 수요가 꽉 막혀 있는 것이 근본적 원인이다. 국가 간 이동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면세점 이용객이 회복될 리는 만무하다. 

국내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4월 이후 월 매출이 1조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3년 만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면세점 매출은 986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3월 1조873억여원보다 9.2% 감소한 수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1월 2조247억여원과 비교하면 무려 52% 급감했다. 면세점 방문객 수도 35만4000여명으로 3월 58만7000여명보다 40% 감소했다. 

이미 사드 사태의 어려움을 뛰어넘었다는 게 업계의 호소다. 당시에는 중국 이외의 다른 국가와 내국인 수요 등으로 버텼는데 이번에는 대안조차 없다. 코로나19 여파가 최대 2년까지 미칠 수 있다는 암울한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면세점들은 출점과 투자를 줄이며 주요 사업계획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업계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통해 그저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기를 기다리고만 있다. 주요 면세점들은 무급·유급 휴직 제도를 통한 ‘버티기’에 들어간 지 오래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재고 면세품 국내 판매,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 등의 조치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사실상 미래의 수요 회복을 기대하며 버티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대형 면세점도 어려운데 중소 면세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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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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