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아이랜드’가 너무해 [볼까말까]

Mnet ‘아이랜드’가 너무해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0-06-27 08: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Mnet ‘프로듀스101’이 연습생들을 실력에 따라 A~F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마다 설 수 있는 무대 높낮이를 다르게 했을 때, 오디션 시장에 괴물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개인에게 공개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낙오된 이는 가차 없이 내치는 행태가 비인간적으로 느껴져서다. 이보다 잔혹한 프로그램은 나오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듀스101’이 불명예스러운 조작 논란으로 막을 내린 뒤, 그보다 더한 괴물이 나왔다. Mnet ‘아이랜드’다.

‘아이랜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CJ ENM이 합작한 빌리프랩의 첫 보이그룹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70억 원을 들여 지은 경기 파주에 지은 3000평 규모의 세트장에 아이랜드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곳에 연습생들을 밀어 넣어 여러 미션을 수행하게 한다. 26일 방송한 ‘아이랜드’ 1회에선 아이랜드에 입성하기 위한 연습생들의 경쟁이 그려졌다. 연습생은 23명이지만 아이랜드의 정원은 단 12명뿐. 연습생들이 개인 혹은 유닛별로 무대를 선보이면 다른 연습생들이 공개 거수투표로 이들의 아이랜드 입장 여부를 결정했다.

초반 평가는 후했다. 첫 주자로 나선 최세온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연습생들에게 표를 얻어 쉽게 합격했다. 하지만 남은 자리가 줄어들수록 연습생들은 초조해졌다. 눈앞의 연습생에게 투표했다가 정작 내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어서다. 급기야 연습생들 사이에선 “이건 눈치싸움”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른 연습생의 실력이 뛰어나도, 나의 탈락이 걱정돼 투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명색이 ‘가장 진화된 아이돌이 탄생하는 곳’이라는데, 제작진이나 프로듀서들은 저 말을 듣고 부끄럽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지 않았나 보다. 프로듀서로 나선 가수 비마저 “내가 뽑혀야 하기 때문에 손을 들까 말까 고민할 수도 있다”며 동조한 걸 보면 말이다.

함께 무대를 꾸민 동료는 물론, 훗날 나의 동료가 될지도 모르는 이들의 거수를 눈앞에서 봐야 하는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랴. 하지만 이런 괴로움도 아이랜드에서 방출된 이들의 마음엔 비할 바가 못 된다. 탈락한 7명은 아이랜드 바깥에 지어진 ‘그라운드’로 향했다. 최재호 연습생이 “약간 감옥 같은 느낌”이라고 한 곳이다. 숙소·연습실·녹음실·체력단련실·주방·의무실 등 모든 것이 갖춰진 아이랜드와는 비교가 우스울 만큼 그라운드는 시설이 작고 열악하다. 게다가 이곳으로 “방출된” 연습생들은 매일 정시 출·퇴근, 지급된 유니폼만 착용 같은 규칙을 지켜야 한다. 환경과 실력 차이를 뛰어넘어 아이랜드로 입성하려면 오직 ‘노오력’만이 살길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한다.

■ 볼까

그룹 방탄소년단을 만든 방시혁 프로듀서가 참여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뭔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일단 볼 것. 다만 부디 그 ‘다름’이 더욱 치열해진 경쟁은 아니길 바란다. 200억 원을 들여 만든 오디션 프로그램의 ‘때깔’이 궁금한 이들도 일단 볼 것. 물론 그 200억 중에 안전을 위한 예산이 좀 더 많았다면 좋았겠지만. 스토리텔러 역할을 맡은 배우 남궁민이 저기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한 이들 역시 일단 볼 것. 하지만 어쩐지 마지막 회까지 그가 왜 그렇게 심각하고 비장하게 말하는 건지는 알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 말까

오디션 프로그램에 질린 이들은 보지 말 것. 물론 이미 안 보고 있겠지만. Mnet 프로그램이 정말 공정하고 투명하게 투표를 진행할지 의심스러운 이들도 보지 말 것. 물론 이미 안 보고 있겠지만. 연습생이 우는 모습을 집요하게 담아내는 게 가학적으로 느껴지거나, ‘노오력’의 ‘노’만 들어도 몸서리가 쳐지는 이들은 절대 보지 말 것! 물론, 이미 안 보고 있겠지만.

wild37@kukinews.com / 사진=Mnet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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