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이어 ‘검언유착’ 의혹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 부의됐다. 일각에서는 제도를 악용하거나 남발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검찰청은 30일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심의위 소집과 관련 “수사심의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심의결과를 경청해 업무 처리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9일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대검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기로 의결했다. 부의심의위는 채널 A 이모 기자에게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주장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측 신청으로 이뤄졌다. 앞서 대검에서 채널 A 기자 측 진정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이에 따라 한 사건을 두고 수사심의위와 수사자문단이 한꺼번에 열리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과정 등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도입된 제도다. 정치적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중립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자 외부로부터 점검과 통제를 받아 논란의 여지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수사심의위는 수사의 계속 여부나 기소·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판단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한다. 소집 신청은 고소인이나 피해자,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이 해당 검찰청 시민위원회로 할 수 있다.
이 부회장에 이어 이 전 대표까지 수사심의위 소집을 잇따라 신청하자 남용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일선 검찰청에서는 소집 신청이 최근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전 국회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수사심의위 제도를 두고 “이제 앞으로 굉장한 문제가 되겠다“면서 “게나 고동이나 다 수사심의위에 서겠다고 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지난 26일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내린 뒤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부회장 사건 같은 전문적 사건은 수사심의위 대상이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수사심의위 설치를 권고하는 의결과정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전날 JTBC뉴스룸에 출연해 “수사심의위 대상으로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 예를 들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나 장자연씨 사건 등 사실관계를 일반인들이 봤을 때도 좀 판단할 수 있는 사건들을 생각했다”면서 “수사심의위 구성을 보면 학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종교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들어간다. 법률전문가들도 자본시장법을 잘 모른다. 이런 복잡한 사건을 그분들에게 맡겨 처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삼성 측 변호사들이 수사심의위 제도를 악용했다면서 “수사심의위에서 하루만에 이 사건을 심의할 수 없다는 사실은 삼성 변호인들이 너무나 잘 알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애초에 수사심의위라는 제도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인권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진 제도”라며 “돈 없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익을 위해 방어권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수사심의위가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진 이 부회장의 불기소를 권고하다니 당황스럽다. 이 부회장 때문에 수사심의위 제도 존재 이유가 의심받고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에서도 “향후 대규모 경제 범죄나 기업 비리 범죄를 회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우려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전날 성명을 내 “이번 수사심의위 결정은 재벌이 향후 불법행위로 수사를 받더라도 검찰의 기소 전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해 사건 자체를 비범죄화하는 전략에 나서고 검찰은 수사심의위를 방패막이 삼아 '봐주기' 결정을 내릴 유인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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