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양우석 감독 “‘강철비’가 변화구였다면, ‘강철비2’는 직구죠”

[쿠키인터뷰] 양우석 감독 “‘강철비’가 변화구였다면, ‘강철비2’는 직구죠”

기사승인 2020-07-28 05:00:02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을 볼 관객들은 전작인 ‘강철비’를 보지 않았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작의 서사와 연결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강철비’를 흥미롭게 봤던 관객들 역시 전작의 내용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같은 배우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같은 주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양우석 감독은 3년의 공백을 두고 공개한 두 편의 영화를 두고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최근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양우석 감독은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신작을 개봉하게 된 상황에서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보다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북핵 문제와 동북아 정세, 국제 관계의 역사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드러냈다. 질문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졌다. 양 감독은 ‘강철비’ 연작을 만들게 된 계기로 남북문제에 관한 관심을 들었다.

“‘강철비’를 연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남북문제에 너무 관심이 없다는 거였어요.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남북문제를 풀어갈 방법이 뭘지 찾아봤더니 북한의 1인자를 우리가 확보하면 되더라고요. 대한민국에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어떤 이야기가 가능할까. 그게 ‘강철비’ 1편의 시작이었죠. 그래서 ‘강철비’는 판타지에 가까워요. 전쟁과 남북 공동 핵무장을 다룬 ‘강철비’에 관객들이 부담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강철비2’는 많이 바꿨어요. 당사자인 한반도 양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히려 주변 열강이 모든 결정권 갖고 있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드리는 리얼한 이야기로 시작해요. 그래서 전 ‘강철비’가 변화구였다면, ‘강철비2’는 직구라고 말씀드려요. 남북 진영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통째로 바뀌었다는 것도 반대고요. ‘강철비2’가 상호보완적인 속편이지만 모든 면에서 결이 달라요.”

사진=영화 '강철비2' 스틸컷

‘강철비’를 기억하는 관객들은 ‘강철비2’를 보며 묘한 기시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강철비’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수석을 연기한 배우 곽도원은 ‘강철비2’에서 북한 호위총국장 역할을 맡았고, 북한 최정예요원이었던 배우 정우성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역할을 바꿨다. 전작에서 북한 호위총국장으로 등장했던 배우 이재용은 대한민국 국가안보실장이 됐고, 북한 공작원 역할의 배우 조우진도 대한민국 진영으로 깜짝 등장한다.

“충무로 격언에 이런 농담 같은 얘기가 있어요. 연출의 반은 캐스팅이고 마케팅의 반은 개봉이라고요. 저도 캐스팅을 통해서 남북한이 바뀌어도 변하는 건 없을 거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당사자지만 종속 변수거든요. 정우성 배우는 처음에 부담을 느껴서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캐스팅되고 제가 가장 부탁드렸던 건 표정으로 보여달라는 거였어요. 최근 주연 배우들은 열변과 액션 중심의 연기를 보여줬어요. 하지만 ‘강철비2’에서 배우들이 해줄 수 있는 건 우리가 잃어버린 표정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이 어느 순간 북한을 바라볼 떄 표정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거든요. 전 정우성 배우가 이것 때문에 출연했다고 생각해요.”

‘강철비2’는 초반부 꽤 긴 시간을 현실적인 국제 정세를 설명하는 데 투자한다. 그렇다고 배우들의 구강액션만으로 긴장감을 일으키는 영화는 아니다. 중반부 이후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핵잠수함 액션 영화로 전환된다. 수백 미터 수면 아래에서 조용하게 목숨을 건 전투가 벌어지는 장면들은 ‘강철비2’에서 기억해야 할 장르적 성취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감독으로서 ‘이건 지켜야 한다’는 게 있어요. ‘변호인’을 할 때도 관객들이 웰메이드 법정 영화를 봤다고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어요. ‘강철비2’는 잠수함 액션이었어요. 그동안 한국에 거의 없었던 잠수함 액션 장르를 최대한으로 뽑아내 보자고 결심했죠. 세트도 정교하게 만들었고요. 사실 잠수함끼리 싸운 적이 없어요. 잠수함 기술력이 고도로 발달한 이후에 국가 간에 전투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다 이론이죠. 그럼에도 보여드려야 하니까 ‘이 이상은 반드시 가자’는 영화적 목표가 있었어요.”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 1, 2편을 ‘가상 시뮬레이션’이라고 표현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통상 네 가지로 정리된다. 남북 동시 핵무장, 북한 내부 쿠데타, 전쟁, 그리고 평화적 비핵화다. ‘강철비’가 전쟁과 남북 핵무장 이슈를 다뤘다면, ‘강철비2’는 북한 쿠데타와 평화협정을 그렸다. 양 감독은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영화의 의의를 설명했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터졌을 때 스스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었어요. 왜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지 싶었던 거죠. 그 이유 중 하나가 대통령 직속 중앙정보국인 CIA의 예산을 줄였다는 거예요. 정보국에서 정보만 모으는 게 아니라 풍부한 정보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거든요. 이젠 기업에서도 시뮬레이션이 중요해졌어요. 특정 상황에 대한 메뉴얼이 없으면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다는 거죠. 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네 가지의 시뮬레이션을 모두 보여드리는 거예요.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해서 시뮬레이션을 해봤어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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