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플랫폼업계와의 불협화음은 커지고 있다. 플랫폼업계는 기존에 내왔던 방식대로 고수하기를 원하고 있다. 양사의 갈등은 심각해지는데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양측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지정해 달라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 콘텐츠업체 '제값 달라'.....플랫폼업체 '난감하다'
최근 작사·작곡·편곡가 등의 저작권 신탁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은 최근 웨이브, 티빙, 시즌(seezn) 등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OTT, over the top)에 저작권료를 올려 받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와 계약한 음원 저작권 요율인 2.5% 수준만큼 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내용증명도 발송해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문제는 현재 OTT에 적용되는 음악 저작권과 관련한 징수 규정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내 OTT 업체들은 그동안 스트리밍 서비스 등에 적용했던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규정에 따라 저작권료를 징수해왔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음원 저작권료는 매출액 대비 0.56%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음저협이 요구한 요율은 기존에 내던 저작권료의 5배에 해당한다.
OTT업체들은 지금까지 내왔던 0.56%의 저작권료를 고수하거나, 넷플릭스와 계약한 2.5%의 저작권 요율의 세부 사항을 공개하고 어떤 근거를 토대로 2.5%를 요구하는지를 자세히 알고 싶다는 입장이다. 음저협이 응하지 않자 웨이브, 왓챠, 티빙 등 OTT 업체들은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회'를 만들어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OTT협의회 관계자는 "6월부터 요율 관련해서 개별 협상을 진행해왔는데 협상결렬 통지를 하며 완강하게 나오면서 2.5%가 아니면 협상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OTT 시장이 점점 커지니 규정을 새로 만들어서 새로 징수하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 임의대로 설정하고 통보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음저협은 "저작권을 위법하게 침해 중인 일부 OTT 사업자들이 협의체라는 이름으로 공동 대응하는 것은 가해자들이 연합하여 배상금액을 협상하자고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개별 업체들과 협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여기에 케이블TV인 딜라이브와 CJ ENM도 CJ ENM 계열 13개 채널의 프로그램 사용료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케이블TV협회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20% 올려달라고 하면서 CJ ENM이 블랙아웃을 거론하는 등 초강수를 쓴 CJ ENM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CJ ENM은 관행적으로 플랫폼업계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콘텐츠에 대한 협의가 없었고, 계약날짜도 지난 상태에서 프로그램 사용료가 매년 예년 수준으로 갱신되는 방식이어서 그동안 제대로 프로그램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유독 딜라이브와의 갈등이 도드라지는 것은 여타 케이블TV나 통신사 IPTV들은 몇 번의 갈등 끝에 CJ ENM과의 합의에 응했지만, 딜라이브와는 CJ오쇼핑과의 법적 갈등을 빚는 등 서로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갈등은 적정선의 프로그램 사용료라는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사 간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통해 블랙아웃은 막았지만, 적절한 해답을 도출해내는 것은 다시 양사에 공이 넘겨졌다.
◇ 커지는 콘텐츠의 영향력이 갈등 증폭 요인...주무부처 입장 엇갈리기도
이 같이 커지는 갈등에는 이전과 달리 콘텐츠의 힘이 커진 데 기인한다. 시청자들이 TV를 볼 때나 OTT를 볼 때 많이 찾는 콘텐츠들이 예전보다 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우선 CJ ENM이 케이블TV와 IPTV 등 플랫폼에 제공하는 채널은 13개에 달한다. 드라마와 예능 등을 생산하는 전문편성채널인 tvN을 포함해 O tvN, X tvN, 영화전문채널인 OCN, OCN Movies, OCN Thrills, OGN, 음악전문채널인 M-Net, 그외 온스타일, CH.DIA, 중화TV, 투니버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CJ ENM이 제작하는 드라마와 예능 등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tvN채널 등은 유료방송에서 빠질 수 없는 콘텐츠가 되어 왔다. CJ ENM 측이 거듭되는 양측간 협상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블랙아웃'을 거론한 것은 이 같은 영향력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가 2019년 N스크린 시청행태를 조사한 데 따르면 스마트폰 및 PC 이용자가 가장 좋아하는 방송 채널은 tvN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에서는 개인별 월간 채널 이용시간도 tvN(14.22분), JTBC(12.55분)에 이어 지상파3사의 순이었다.
PC로 방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시청자의 월간 채널 이용시간은 tvN 11.51분, 엠넷(Mnet) 10.42분 순이었고, 많이 시청한 tv프로그램도 드라마에서는 tvN의 '호텔 델루나였다. 고정형 TV VOD 시청 이용자는 SBS를 가장 많이 시청했지만, 2위가 tvN이었다.
방통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도 인터넷 반응이 많았던 드라마 콘텐츠는 tvN의 '사랑의 불시착'과 JTBC의 '부부의 세계', '이태원 클라쓰'로 나타났다. 이처럼 채널 영향력이 커지면서 프로그램 사용료 등에서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음저협의 경우를 살펴보면, 콘텐츠의 힘이 커지는 과정에서 백그라운드 뮤직(BGM)이나 콘텐츠에 삽입된 음악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이 어떻게 삽입되느냐에 따라 장면의 분위기가 바뀌기 때문이다.
만약 음저협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콘텐츠에 삽입된 음악 콘텐츠를 넣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OTT업체들로서는 이 같은 음저협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다양한 콘텐츠에서 음악이 음소거되어 버리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콘텐츠의 협상력이 커진 상황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플랫폼 업체와 콘텐츠 간 이견이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몇 년 사이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인 OTT의 경우에는 그동안 입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불거지지 않았지만, 향후 더 크게 성장할 것을 예고하고 있어 이 같은 측면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규정이 만들어지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각 부처간 '따로따로 행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OTT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저협의 문제의식에 상당부분 공감의 입장을 드러내 부처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OTT가 주장하는 대로 기존 징수율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이달 말 출범하는 3기 음악산업발전위원회에서 OTT 저작권료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넷플릭스에 맞서는 토종 OTT 5개를 육성하겠다"며 OTT를 적극 지원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음저협 등의 콘텐츠 사용료 등에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OTT업체들은 문체부와 과기정통부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OTT협의회 관계자는 "시장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음저협과 같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부처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