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장장 4개월간 계속된 ‘검언유착 의혹’ 수사 끝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정작 핵심인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과 함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5일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전 기자의 후배인 백모 채널A 기자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3월 신라젠 의혹 취재 과정에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털어놓도록 강요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건 핵심 쟁점인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를 적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으나 본인이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비협조로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해 현재까지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으며, 1회 피의자 조사도 종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지난달 29일 한 검사장 휴대전화와 USIM(유심)을 압수해 메신저 기록 등을 들여다 보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으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탄 압수수색’ 까지 불사했지만 공모를 입증하지 못한 수사팀이 체면을 구긴 셈이다. 한 검사장 측은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부르는 걸 자제해 달라”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
추 장관과 이 지검장의 입장이 난처해진 모양새다. 추 장관은 지난 6월 한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 직접감찰 방침을 공표하고 직무배제 조치까지 단행했다. 또 장관 지휘권을 발동해 수사팀 독립 수사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을 권고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결론에 불복한 수사팀과 이 지검장도 타격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일단 추가 수사를 통해 한 검사장 공모 여부를 명확히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검사장이 여전히 압수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말하고 않고 있어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불똥은 ‘권언유착’으로 옮겨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의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소속 변호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면서 “날 아끼던 선배의 충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시는 분이니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라는 권 변호사 말을 토대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전화를 건 당사자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권경애 변호사와 채널A 기자-검사장 간 유착 의혹을 보도한 3월31일 MBC 보도 직전에 통화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권 변호사와 지난 3월31일 통화한 기록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통화 시간은 MBC 보도가 나간 후 1시간 이상 지난 9시9분”이라며 “허위 사실을 기초로 MBC의 보도 내용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다는 등의 추측성 보도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어떤 내용으로 권 변호사와 전화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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