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이 한꺼번에 사의를 밝혔다. 다주택 논란에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여론은 냉소적이다. “2년 남은 정권보다 강남 집을 선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 탓이다.
부동산 정책 실책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일괄 사표가 분위기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7일 사표를 낸 참모는 노 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참모들의 집단 사의 표명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문 대통령의 사표 수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 사표를 일괄 수리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후임자 검증과 국정 운영 공백 부담 등 현실적 요인 때문이다. 한번 기용한 인사는 계속 신임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배제할 수 없다.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면 노 실장은 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근 인사 교체 논의가 있었던 정무와 소통수석, 민정수석은 교체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하마평이 무성하다. 강기정 정무수석의 후임으로는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후임으로는 이근형 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청와대 고위 참모들이 한꺼번에 물러나겠다고 발표하자 민심은 들끓었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을 자인한 셈이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집값이 더 오른다는 시그널”이라는 조롱이 나오기도 했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같은날 구두 논평을 통해 “이번 발표를 보면 대충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보여주기식 꼬리 자르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강남 두 채’ 김조원 민정수석은 결국 ‘직’이 아닌 ‘집’을 택했다. 내놓은 집이 안 팔려서 1주택 못한다던 김 인사수석도 불행인지 다주택자로 남게 됐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공직은 짧고 집값은 길다. 시간은 다가오고 매각은 곤란하며 판단은 안 어렵다”고 논평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간 청와대는 참모들의 ‘내로남불’ 행태로 비판을 받았다. 여론에 떠밀리듯 집을 처분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먼저 노 실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 소재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밝혀 ‘똘똘한 한 채’ 논란이 일었다. 노 실장은 6.17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우리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반포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했지만 “(반포가 아닌) 청주 아파트를 처분한다”고 말을 번복해 빈축을 샀다. 노 실장은 결국 반포 아파트까지 모두 매각, 무주택자가 됐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김 시민사회수석과 김 인사수석은 노 실장이 7월 말까지 처분하라고 권고했음에도 이에 따르지 않다가 사표를 냈다. 김 시민사회수석은 수석은 본의 명의로 서울 은평구 다세대주택과 경기 구리시 교문동 아파트를 갖고 있다. 은평구 단독주택은 현재 재건축 중으로 분양권이라 전매제한 탓에 처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인사수석은 본인 명의와 배우자 명의로 각각 부산 해운대구와 경기 오산시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김 민정수석은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팰리스 48평형(전용면적 123㎡)을 역대 실거래 최고가 보다 2억원가량 높은 22억원에 내놨다. 다주택 처분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해명 과정에서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남자들은 부동산을 잘 모른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일괄사표를 낸 배경에는 지지율 하락으로 인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경고음’을 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지난 4∼6일 진행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전주보다 1%포인트 오른 46%를 기록했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인 1%포인트 안으로 좁혀졌다. 전날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8월 1주차(3~5일) 정당 지지도 조사(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2.5%포인트)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5.6%, 통합당은 34.8%를 기록했다. 통합당 지지율은 지난 2월 창당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인적쇄신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다소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사표는 일괄 수리가 아닌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다주택자는 안된다는 새로운 인사 기준이 생긴 만큼 대체할 만한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청와대에서 와 달라고 해서 선뜻 응하기에는 부담스러워 고사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봤다.
이 평론가는 “청와대 참모진 다주택 문제가 불거진 지 오래됐다. 이제서야 사표를 낸 것은 너무 늦었다”면서 “앞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놓고 청와대 내 갈등을 넘어 당청간 갈등, 당내 갈등이 심화되고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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