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강원도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쟁점은 ‘인공 수초섬 고정작업’ 지시를 누가 했는지다. 실종자 가족은 사고 전 차량 블랙박스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근거로 누군가 무리하게 지시를 했다는 입장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0일 오전 7시50분 춘천시 서면 덕두원리 등선폭포 인근 북한강 변에서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신원을 확인한 결과 의암댐 선박 전복사고로 실종됐던 춘천시청 이모(32) 주무관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일에는 경찰관 이모(55) 경위와 민간업체 직원 김모(47)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이재수 춘천시장과 시 관계자들은 살인, 업무상 과실치상,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사고 당시 담당 직원은 휴가를 포기한 채, 기간제 근로자들은 다른 업무를 맡았다가 급히 작업에 투입됐다”면서 “춘천시청 상급자 등의 작업 지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경찰은 인공 수초섬 유실 방지 작업을 하게 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 당일 의암댐 상류에 위치한 춘천댐과 소양강댐이 초당 7000여톤의 물을 방류해 유속이 몹시 빨랐고 의암댐 수문까지 열려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이를 무릅쓰고 실종자들이 작업을 나가게 된 경위는 아직 물음표다.
강원 경찰청 춘천 의암호 조난사고 수사전담팀은 9일 북한강변에서 인양한 경찰 순찰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작업 착수 경위를 밝히기 위해서 실종자 가족들이 제출한 사고 피해자들의 휴대폰과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하고 있다.
시는 사고 직후 “당시 주무관에게 보고를 받은 담당 계장은 수초섬이 떠내려가도록 내버려두고 출동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이 시장은 “담당 계장이 해당 주무관에게 ‘떠나가게 내버려 둬라’ ‘사람 다친다’ ‘출동하지 마라’ 강하게 지시했다고 한다”며 “기간제 근로자 반장에게도 얘기하려고 오전 10시49분, 10시50분, 10시53분에 2번 총 네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말단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주무관의 가족은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내용을 토대로 누군가가 수초 고정 작업을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사고 당일 이 주무관은 차안에서 전화 통화를 하며 “네, 지금 사람이 다칠 것 같다고 오전은 나가지 말자고 하시거든요”라고 말했다. 또 이 주무관이 사고 당일 배에 오르기 전 차량 안에서 “미치겠네 미치겠어. 나 또 집에 가겠네. 혼자만 징계 먹고”라고 혼잣말을 하며 흐느끼는 음성이 블랙박스에 담겼다는 게 가족들의 설명이다.
이 주무관 가족은 “사고 당일 동생이 집에 있다가 누군가와 통화를 한 뒤 급하게 수초섬이 있는 현장으로 나갔다”면서 “상사 등 누군가의 지시를 받지 않았으면 휴가 중인 아이가 왜 나갔겠냐”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상규명과 함께 이 시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지워진 상태다. 지난 7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은 “수초섬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하냐. 춘천 행정수반인 이 시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당 청원과 관련해 유가족은 이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유가족 측은 “진상규명을 원하지 (시장) 사퇴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청원은) 저희가 쓴 것이 아니다. 어떤 경위로 쓰게 됐는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 오전 11시34분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됐다. 7명이 실종돼 1명이 구조되고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직 2명은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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