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거래재개 여부를 놓고 한국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연기하면서 소액투자자들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신라젠의 소액주주들은 이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대규모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17만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놓인 만큼 상장 폐지 결정은 그만큼 거래소 입장에서도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신라젠의 신약 치료제 물질 펙사벡에 대한 임상 진행이 단순 사기로 볼 수 없기에 주주총회에서 경영개선의 의지를 보여준다면 상장 폐지 위기는 벗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라젠 소액주주 모임인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신라젠 주주모임)은 최근 ‘신라젠 개인주주들의 KRX 기업심사 위원님께 전하는 호소문’을 통해 신라젠에 대한 조속한 거래 재개를 촉구했다.
신라젠 주주모임은 호소문을 통해 “신라젠 주주들은 신라젠 주권 거래정지의 사유가 2013년부터 2016년 3월 상장 전에 일어난 혐의”라며 “그로 인한 결과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신라젠 주주들은 신라젠의 재무구조 개선과 계속성을 위해 ‘회사 살리기 200억 투자액 모금운동’을 8월 3일부터 시작해 개인주주들이 현재 9억원이 넘는 투자 의향을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신라젠 주주들은 이 사태에 대해 거래소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라젠 주주모임 관계자는 “만약 회사의 재무상태 지적하면 자기들이 만든 규정(기술특례상장)이 엉터리라고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는가”라며 “결국 경영투명성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거래재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대한 형사고소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와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신라젠은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에 상장 폐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제약 바이오 회사의 가치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제”라며 “만약 기업의 경영개선에서 펙사벡을 비롯한 주요 후보물질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거래 재개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현재 신라젠은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긴 했지만 펙사벡 자체가 작전주와 같은 사기라고 보기는 어렵고 다른 암종에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개선 의지만 확고히 보여준다면 상장 폐지는 면할 수 있다는 시각이 다수”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상장 폐지될 경우 약 17만 주주들의 반발할 수 있기에 거래소 입장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상장 폐지가 확정된다면 기술특례상장을 활성화 명목으로 검증 없이 상장을 추진한 책임론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기술특례 상장은 수익성이 낮지만 향후 성장성이 있다고 평가받는 회사가 주식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주는 제도로 2005년 도입됐다. 이후 재무적으로 불안한 적자기업이라도 코스닥 시장 진입이 수월해졌다. 실제 올해 1월 기준으로 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를 통해 상장한 코스닥 기업은 총 87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경영진들의 배임 행위 등이 상장 이전에 발생한 일이더라도 전후를 따지지 않고 상장 폐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특례상장은 기업의 잠재력을 가지고 판단한다”며 “사실 경영진의 횡령 문제의 경우는 기업이 관련 문제를 감추는 이상 상장 시 파악할 수 없는 문제이며, 이 사안은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가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연기된 것에 대해서는 “심사가 미뤄진 이유는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도 “이 문제는 여러 가지로 파악할 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기에 면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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