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유민 유족 “악성 댓글이 아니라 따돌림과 갑질이 죽음 원인”

故 고유민 유족 “악성 댓글이 아니라 따돌림과 갑질이 죽음 원인”

기사승인 2020-08-20 15:28:00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현대건설 배구단의 의도적 따돌림과 갑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프로배구 선수 고(故) 고유민 관련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고인의 어머니와 동생,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박지훈 변호사가 참석했다.

고인은 지난달 31일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 등에 대한 특이점이 없어 경찰은 고유민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로는 악성 댓글(악플)이 꼽혔다. 고인은 지난 시즌 갑작스런 포지션 변경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로 인한 악플을 받아 주변 지인들에게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플에 눈물을 흘리는 그의 생전 인터뷰까지 공개되면서 그가 악플로부터 심적 상처를 입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유족들은 “고유민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건 악성 댓글이 아니라 현대건설 배구단의 의도적인 따돌림과 사기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감독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나랑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내용으로 지인, 동료들과 나눈 메시지를 공개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감독이 일부러 연습도 시키지 않았다. 유민이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구단 측에 몇 번씩이나 살펴달라고 부탁했지만 변화가 없었다. 구단 측도 배구단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선수가 수면제를 복용한다는 건 구단의 관리 소홀이다. 유민이의 한을 풀기 위해 도와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또 박 변호사는 “고유민이 팀을 떠난 후 5개월이 지난 시점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악성 댓글 때문이 아니다”라며 “현대건설이 트레이드를 시켜주겠다며 고유민에게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고 기습적으로 임의탈퇴 처리했다. 트레이드해 준다더니 일방적으로 임의탈퇴를 공시한 건 명백한 대기업의 갑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단은 고유민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소모품으로 여겼다. 고유민은 현대건설이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 괴로워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건설 구단은 입장문을 내며 유족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대건설은 “경기 및 훈련을 제외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고인은 시즌이 진행 중이던 2월 29일 아무런 의사 표명 없이 팀을 떠났다. 지난 6월 고인과 미팅을 하며 진로에 대해 얘기를 나눴지만 고인은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가 확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의 희생으로 많은 스포츠 선수를 괴롭힌 댓글이 폐지됐다. 좀 더 일찍 이런 제도가 시행됐다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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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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