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3세트는 김하람의 진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진’을 플레이 한 그는 매 교전마다 최후까지 살아남아,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상대 챔피언들을 차례로 제거하며 경기가 급격히 기울어지는 것을 남았다. 때로는 자신이 직접 이니쉬를 열어 교전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올 서머 시즌 최장경기(51분53초)였음에도 불구하고 김하람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냈다.
‘케이틀린’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LCK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사실 ‘진’의 성능은 크게 뛰어나지 않다. 뚜벅이 챔피언이라 생존도 어렵고, 탄창이 4발로 제한 돼 장전 시간 동안 대미지 공백이 생긴다. 기본 공격 사거리가 길며 지속적인 대미지 딜링이 가능하고, ‘90구경 투망(E)’이라는 유사 생존기가 있는 케이틀린에 비해 후반 성장 기대치가 밀린다. 하지만 이런 ‘진’도 김하람이 플레이하면 달랐다.
그는 이날 진으로 10킬을 기록하는 동안 단 2차례 밖에 죽지 않았다. 누적 대미지는 6만. ‘미스틱’ 진성준의 케이틀린보다 무려 6000 대미지를 더 넣었다.
초반 교전에서 킬을 먹으며 성장한 에이밍은 팀이 궁지에 몰린 34분 번뜩이는 활약을 펼쳤다. 바텀 타워를 압박하기 위해 케이틀린이 전진 무빙을 하는 것을 캐치한 에이밍은 평타 견제를 한 뒤 곧바로 ‘살상연희(W)’ 스킬을 이용해 케이틀린의 발을 묶었다. 케이틀린이 곧바로 ‘수은장식띠’를 이용해 후퇴하자, 에이밍은 궁극기 ‘커튼 콜’을 사용해 좁은 틈 사이로 그를 겨냥해 빈사 상태로 만들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유칼’ 손우현의 ‘사일러스’가 케이틀린을 잡아냈고 교전은 KT의 대승으로 마무리됐다.
이후에도 에이밍의 활약은 빛났다. 36분 5대 2 수적 열세 상황에서 ‘커튼 콜’을 이용해 2명을 잡아낸 그는 42분엔 드래곤을 스틸해 팀에 드래곤 영혼을 안겼다. 44분에는 ‘커튼 콜’로 내셔 남작 버프를 빼앗아 왔다. 원거리 딜러의 임무 그 이상의 플레이를 펼친 셈이다.
그러나 에이밍은 끝내 KT를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론 챔피언의 성능이 희비를 갈랐다. 시간을 거듭할수록 진이라는 챔피언이 가진 한계가 드러났다. 제한된 탄창으로 인해 상대 앞 라인을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문제였다. 빠르게 앞라인을 궤멸시키는 케이틀린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넥서스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분전한 에이밍이 전사하면서 KT의 항전도 막을 내렸다.
비록 패했지만 이날 3세트 에이밍의 활약은 올 시즌을 통틀어 원거리 딜러 가운데 으뜸이었다. 특히 그가 진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오랫동안 팬들로부터 회자될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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