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가 해봤다] 폴가이즈,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쿡기자가 해봤다] 폴가이즈,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기사승인 2020-08-26 07:00:04
'폴가이즈'.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 = 게임 플랫폼이 확대되면서 수많은 타이틀이 출시되고 있다. 유저들은 쏟아지는 게임들을 일일이 즐겨볼 수 없어 온라인 등에서 타인의 게임 플레이 리뷰 등에 의존해 즐길 타이틀을 고르기도 한다.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의 게임‧e스포츠 담당 기자들은 고유의 매력을 갖춘 게임들을 찾아보고 이를 함께 체험, 그 첫인상과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보다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자 각자 다른 연령과 게임 취향의 아래 기자들이 참여했다.

문대찬 기자 = 30세. ‘리그 오브 레전드(LoL)’ 4년, ‘배틀그라운드’ 2년 플레이. ‘페이데이2’ 등 협동 게임 선호. 과거 ‘마구마구’ 등 오랜 기간 캐주얼 게임 플레이.

김찬홍 기자 = 26세. LoL, 오버워치, FIFA 주로 플레이. 가벼운 게임과 e스포츠 등 관전을 즐김. 모바일 게임보다 PC 온라인 게임을 선호.

강한결 기자 = 28세. 콘솔게임 선호. 스토리가 탄탄한 게임을 즐김. 포켓몬스터 1세대부터 8세대까지 모두 플레이. LoL도 자주 플레이. 최근엔 '전략적 팀전투(TFT)'도 자주 플레이. 

출시되자마자 '갓겜' 반열에 오른 게임이 있다. '온라인 명랑 운동회'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폴가이즈' 이야기다.  지난 4일 폴가이즈는 출시 6일 만에 200만장 판매고를 올려 판매 1순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출시 초반 입소문을 타던 이 게임은 게임 스트리머들에 의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스트리머들이 '고인물' 유저에 의해 농락당하는 모습이 컬트적인 인기를 끌면서, 많은 유저가 유입됐다. 이에 쿠키뉴스의 게임&스포츠팀 기자들이 '폴가이즈'를 직접 플레이해 봤다.  

'아찔한 높이'. 점프는 거들뿐, 리듬에 몸을 맡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보는 것도 재밌는데… 직접해보니 '즐겁다'

강한결: 우선 처음 받은 느낌부터 얘기해보자. '폴가이즈'를 처음 접한 것은 각종 커뮤니티에 캡처된 사진을 통해서였다. 호기심이 생겨서 유튜브에서 검색했더니 '녹두로'라는 스트리머의 플레이 영상이 있더라. 고인물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았다. 처음에는 보는 것만큼 직접 플레이하는 재미는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캐릭터 디자인부터 맵 설계까지 빠지는 것이 부분이 없다.

김찬홍: 나도 영상을 통해 처음 접했다. 사람들의 방해 공작 속에서 분투하는 방송인들을 보며 '하이 텐션 제조기'라 생각했다. 물론 그동안 이러한 장르의 게임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폴가이즈'만의 디자인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조작도 간단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문대찬: 나는 유튜브 영상 등으로 곁눈질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재미있는 게임인 줄은 몰랐다. 그런데 직접 플레이해보니 '출발 드림팀'을 연상시키는 간이 운동회가 배틀로얄 게임의 장르적 특성과 결합해 단순하면서도 유쾌한 게임을 만들어낸 것 같다. 3인칭 자유 시점(?)으로 공간적 몰입도를 높인 것도 마음에 들고, 게임성에 딱 걸맞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모델링도 매력적이었다. 

'슬라임 오르기'. 뉴비가 '장판파 장비'를 만났을때.


▶ 재기발랄한 25가지 운동장… 쿡기자의 '1픽' 맵은?

문대찬: 우리가 함께 2시간 정도 '폴가이즈'를 하면서 여러가지 맵을 체험해봤다. 각자 맵마다 플레이 방식이 달라서 더욱 즐겁게 한 것 같은데, 간략한 소감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맵은 '살금살금'이다.  눈치 싸움이 상당한 맵인데, 이걸 이용해 페이크도 쓸 수 있다. 과감하게 전진하다가 갑자기 멈추면 뒤따르던 유저들이 추락하는 걸 지켜보는 게 재밌더라. 가장 자신 있는 맵은 ‘아찔한 높이’다. 전체적으로 난이도도 쉬운 편이고 한 번도 탈락한 기억이 없다. 가장 어려웠던 맵은 다들 공감할 것 같은데 ‘슬라임 오르기’. ‘뉴비 단두대’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원통 다리 위에 서 있는 고인물들이 삼국지 장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김찬홍: 나도 '살금살금'이 제일 재밌더라. 눈치 싸움의 정점이다. 매번 알면서도 당하지만 웃기다. 이 맵을 한 번도 통과해보지 못해 더 꼭 이겨보고 싶은 승부욕 때문에 더 재밌기도 한 것 같다. 자신있는 맵은 '점프클럽'. 한 번 1등을 해보니 요령도 생기고 자신감이 붙었다. 어려운 맵은 역시 '슬라임 오르기'다. 점액에 닿으면 바로 탈락이라, 긴장감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다른 맵과는 다르게 바로 죽기에 더 긴장된다. 

강한결: 어려운 맵부터 말해야겠다. 나도 마찬가지로 '뉴비절단기'라 불리는 '슬라임 오르기'가 제일 어렵다. 어렵게 움직이는 블록 장애물을 넘으면 원통 다리가 나온다. 조심히 넘어가려 했지만 고인물의 격한 환영인사로 한 번도 통과한 적이 없다. 대찬 기자가 말한 것처럼 장판파의 장비가 떠오르는 모습의 고인물을 만나면 압도적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재밌는 맵은 또 하나의 '눈치싸움' 끝판왕 '문으로 돌진'. 선두가 자신있게 문에 몸통박치기를 했는데 뚫리지 않는 모습을 보는게 정말 유쾌했다. 눈치껏 섞여서 통과하는 것이 포인트인데, '인생의 진리는 중간만 가는 것"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맵이랄까. 가장 자신있는 맵은 시소다. 팀원들과 플레이했을 때 시소에서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 바닥이 기울 때 배치기 콤보로 떨어지는 것을 버틸 수 있는데 나름 능숙하게 사용한 것 같다. 참고로 '시소'는 셋 중에 내가 제일 잘 한다.

'문으로 돌진'. 인생의 진리는 중간만 가는 것.


▶'폴가이즈' 실력은 LoL 티어순이 아니에요

문대찬: 맵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우리끼리 플레이하면서도 느낀 바가 많다. 사실 우리 팀에서 내가 LoL 티어가 제일 높지 않은가. 그런데 티어가 높다고 '폴가이즈'를 잘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 난 1라운드 탈락도 많아서 좀 아쉬웠다(웃음).

김찬홍: 난 그래도 제일 잘한 것 같다. 한결 기자랑은 그래도 꾸준히 상위 라운드에 진출했는데 대찬 기자는 좀 일찍 떨어지긴 하더라(웃음). LoL 티어가 다른 게임에 그대로 유지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강한결: 초반에는 3명 중에 내가 제일 앞서나갔다. 하지만 후반에는 1·2라운드 탈락이 잦았다. 일단 종합적으로 찬홍 기자가 제일 잘하는 것 같다. 대찬 기자도 감을 잡으니 상위라운드까지 잘 가더라.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아까도 강조했던 것처럼 '시소'는 셋 중에 내가 제일 잘 한다(강조).

문대찬: 궁색한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 팀이 전반적으로 실력이 좋다. 그래도 혼자할 때 우리 모두 최종 라운드도 진출하지 않았나. 

김찬홍: 맞다. 나도 마지막에 3위까지 같는데, 핵 사용 유저가 있더라. 모니터를 던지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어쩌겠나(한숨).

강한결: 나도 1등은 못 해봤는데 2등은 해봤다. 2등까진 가봤다. 장례식장 영상에서 틀어도 될 정도로 멋진 피지컬을 보여줬는데 흥분해서 캡처를 못했다. 아쉬울 따름이다. 

김찬홍: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상위 라운드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폴가이즈' 꿀팁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상위라운드를 제외하고는 1등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뒤에 있는 사람들한테 당해서 탈락한 판도 있다. 군대의 명언이 있다. 항상 먼저 나서지 말고, 반만 하라고. 이 게임은 마지막 라운드를 제외하면 반만 하면 성공한 것이다.

강한결: 앞섰다고 자만하지 말고 언제나 떨어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의 격언 '필사즉생 필생즉사'를 염두에 두고 플레이하는게 중요하다. 고인물들을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뉴비에게 절망을 줄 수 있기에(웃음). 

문대찬: 왕관을 써 본적도 없는 초보라서 노하우랄 것도 없다. 첨언하자면 ‘나서지 말라’ 정도(웃음)? '폴가이즈'에서 만큼은 도전하는 자보다 소시민이 낫다.

'소용돌이'. 잠깐의 1등은 일장춘몽, 지름길은 위험하다.

 
▶ 이기지 못해도 즐겁다…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폴가이즈'

문대찬: 대부분의 게임은 이기지 못하면 기분이 나빠지는데 '폴가이즈'는 예외인 것 같다. 실패해도 즐겁다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다. 게임이 이렇게 순수하게 즐거울 수가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강한결: 대찬 기자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게임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쟁을 통한 성취감, 극한에 난이도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도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단순한 즐거움에서 나오는 엔도르핀이 게임의 본질이라고 본다. 

사실 LoL하다가 트롤을 만나면 즐거움보다 분노가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나? 하지만 폴가이즈는 그런 부분이 없었다. 져도 즐겁다. 플레이어들의 천태만상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신경림 작가의 에세이 제목,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김찬홍: 내가 생각하는 폴가이즈의 강점은 혼자해도 재미있고 친구들과 해도 재밌다는 점이다. 게임은 개인전 위주로 돌아가지만 같이 게임도 할 수 있다. 또한 같이 하는 친구들을 방해하는 맛도 있다. 대개 보통 스팀 게임들이 1인용과 다인용의 관점이 갈려지게 마련인데 이 게임은 그러지 않았다.

문대찬: 찬홍 기자가 중요한 부분을 말했다. 함께 해도 즐겁다는 점. 나 같은 경우 친구들이 이 게임을 하고 있는데, 현재는 여자 친구를 열심히 설득 중이다. 폴가이즈는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혼자 할 때보다 여럿이서 할 때 더 즐거운 게임 같다. 협력이 필요한 맵도 크게 없고, 개인 역량에 따라 스테이지 통과가 달린 게임이지만 웃음을 공유한다는 게 폴가이즈의 핵심이다. 함께 소리만 질러도 재밌는 게임이 여기 있다. 파티를 너무 하고 싶다면, 언택트 시대에 맞춰 폴가이즈로 모이자. 

김찬홍: 맞다. 내 친구들에게 추천해줬는데 반응이 좋았다. 요즘 모바일 MMORPG를 하면 인터페이스만 보면 지친다고 했는데, 내 친구는 폴가이즈를 보면서 힐링을 받았다고 한다. 또 친구들과 이 게임을 하면 내기를 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좋은 승부욕 자극 게임이다.

강한결: 최근에 친구들이 대부분 LoL만 하고 있어서 가끔 보면 화가 많다. 게임을 하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그런 친구들에게 인성질도 트롤로 즐겁게 할 수 있는 폴가이즈를 추천한다. 죽어도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게임이 얼마나 있을까.

'바닥떨어져유'. 게임&스포츠팀을 경악하게 만든 플라잉 핫도그.


▶ 공중부양하는 핫도그, 날아다니는 닭… 핵 문제 해결은 시급해

김찬홍: 긍정적인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부정적인 면도 분명 있다.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핵 이슈는 조금 심각한 것 같다. 핵 사용 유저에게 1등을 빼앗기고 나니 기분이 급격히 나빠지더라.  게임을 하다보면 3판에 1번은 무조건 핵이 있더라. 좀 허탈하다. 시작한 지 5초도 안 돼서 통과를 하는 거 보면 어차피 우승을 못 한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다른 판을 다시 돌리는 편이다. 핵으로 인해 '폴가이즈'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

문대찬: 맞다. 우리 셋이 함께한 마지막 판, 최종 라운드 ‘바닥 떨어져유’에 핵 쓰는 유저가 있던 것 기억하나? 핫도그가 공중에 떠 있는 걸 보고 경악했다. 게임의 수명은 핵을 잡느냐, 못 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첫 스테이지부터 핵 유저가 발각된다면 그 게임은 나가버리면 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핵 유저를 만나면 참 허탈하다. 어쨌든 마지막까지 생존해 1등을 하는 것이 목적인 게임인 만큼,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강한결: 아까 찬홍 기자도 혼자 플레이하다가 핵 유저를 만났다고 하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시소 맵을 하고 있는데, 출발하자마자 닭 모양 옷을 입은 유저가 슝하고 날아갔다. 처음엔 "이건 또 무슨 고인물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최근 '폴가이즈'에 미쳐있는 친동생한테 물어보니 "형, 그거 핵이야"라고 말해주더라. 초부터 경쟁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에 쓴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대찬 기자가 말한 것처럼 그동안 소위 '갓겜'이 핵 대처를 못해서 실패한 사례도 많지 않은가. '배틀그라운드'도 그렇고, '오버워치'도 마찬가지다. LoL도 '대헬퍼시대' 당시 떠난 유저가 많지 않은가. 꼭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김찬홍: 한 가지만 더 추가하자면, 서버도 약간 불안정하다는 평이 종종 나온다.  나는 아직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갑자기 다른 유저들이 앞으로 쓱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더라. 

'로큰롤'. 협력해야 이길 수 있다.


▶ '갓겜' 반열 오른 '폴가이즈'…장기흥행도 가능할까?

문대찬: 사실 출시부터 이렇게 핫하기도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 '폴가이즈'는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이 인기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주력으로 하기에는 지나치게 가벼워 보이지만, 계속할 의향은 있다. 친구들과 게임을 마음 편하게 즐기고 싶을 때 접속할 것 같다. 

김찬홍: 나도 이미 꾸준히 하고 있다. 사실 몇 판 안 가서 질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외였다. 일단 1등을 하는 날까지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강한결: 난 5연승 할 때까지 계속 할 예정이다. 아 그럼 종신으로 해야 하나(웃음).

문대찬: 결국 장기흥행을 위해서는 핵 문제 해결도 시급하지만, 새로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폴가이즈'를 만든 개발진들의 창의력이라면 얼마든지 개성 있는 스테이지를 더 추가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김찬홍: 일단 자주 업데이트가 된다면 유저들이 계속해서 찾을 것 같다. 또한 다른 게임을 하다가도 머리를 식히기에 상당히 좋은 게임이다. 계속해서 유저들이 찾아올 좋은 게임이란 생각이다.

강한결 : 두 사람 의견에 동의한다.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관건이라고 보는데, 맵이 꾸준히 추가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PC와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이 출시됐는데, 스위치로도 발매되면 유저층이 증가하지 않을까.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문대찬 기자, 김찬홍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문대찬 기자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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