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한 기업인" 故 최종현 SK 회장···추모 22주기

"사람을 사랑한 기업인" 故 최종현 SK 회장···추모 22주기

10년 앞을 본 경영인···에너지·이동통신·반도체 뿌리내려

기사승인 2020-08-27 04:15:01
고(故) 최종현 회장이 장학증서를 수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SK)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합리적인 자율경영을 중시하고 국내 재벌 총수 중 처음으로 '세계화'를 주창한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 '재계 총리'라 불린 그는 전국경제인연합 회장을 세 번 맡으면서 각종 경제 현안에 '시장경제 확립'이란 논리를 펼치며 제 목소리를 낸 소신파이기도 했다.

고 최 회장은 1997년 6월 미국에서 폐암 수술을 받고 석달 뒤인 9월에 귀국해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국내 경제 현실에 쓴 소리를 냈다. 당시는 한보·기아차·삼미 등 대기업의 연쇄 부도로 국내 경제가 위태했던 때다. 당시 정부는 경제 위기론에 고개를 저었지만, 그해 11월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그는 "우리가 잘못해서 경제가 이 꼴이 됐다. 죄인 중의 죄인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이듬해 8월 26일 6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0년 앞을 내다볼 줄 알았던 고 최 회장이 별세한지 올해로 22주기를 맞는다. 1922년 경기 수원에서 태어난 그는 맏형이자 SK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형이 세운 직물업체 '선경 직물'을 물려받았다. 스스로 창업 1.5세대라고 했지만, 창업주와 진배없는 대우를 받는다. 직물회사로 출발한 SK를 정유·통신·반도체를 아우르는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진 인물이 고 최 회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 석유화학산업 수직계열화를 위해 사우디 자본 1억 달러를 확보하고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대한석유공사 인수전에는 이병철 삼성 회장도 적극 참여하며 선봉장에 이건희 회장을 세웠을 정도로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 최 회장은 1984년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에 미주경영기획실을 세우고 AT&A, GTE 등 미국 정보통신 전문가들과 접촉한다. 10년 뒤인 지금의 SK텔레콤 전신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사돈 관계라는 이유로 특혜의혹이 일면서 사업권을 반납해야 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절치부심한 끝에 사업 기회를 거머쥐었다.

일찌감치 반도체 가치를 알아본 그는 1978년 '선경 반도체'를 설립했으나, 2차 오일파동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로부터 30여년 후인 2011년 그의 아들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반도체 기업'의 오랜 꿈을 실현했다.

고 최 회장의 인간중심 경영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확고한 신뢰와 자부심을 품게 했다는 평가다. '사람을 믿고 기르는 것이 기업의 처음이자 마지막 목표'라고 했을 정도로 그는 인간중심의 경영원칙을 중시했다. 1979년 국내 기업 최초로 특별상여금을 처음 도입했고 신입사원들과 '회장과의 대화'를 매해 연 것이 대표적이다.

그의 인간중심 경영철학은 장학사업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장학퀴즈'와 사재 22여억원을 털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이다. 특히 장학퀴즈는 그룹을 대외적으로 부각한 사업이기도 했다. 장학퀴즈가 해를 거듭할수록 학생과 학부모, 일반인들에게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아들 최태원 회장도 고 최 회장의 인간중심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지난 2017년 기업의 헌법인 정관을 개정해 기업의 핵심가치를 '이윤 추구'에서 '행복 추구'로 바꿨다.

고 최 회장은 "나무를 키우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무도 사람 키우는 것과 같다"며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지금의 SK임업)를 세워 충북 충주 인등산에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나무가 고급목재로 자라면 이를 인재 양성에 쓰겠다는 바람대로 현재 우량목으로 자란 것으로 알려진다.

SK임업은 현재 충주 인등산을 비롯해 천안 관덕산, 영동·오산 등 4개 사업소에 모두 4100핵타르(ha)의 임야를 조성해 조림 수 40종, 조경수 80여 종 등 378만 본의 나무를 키우고 있다.

한편 SK그룹은 고 최 회장 22주기인 이날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고인을 추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고 최종현 회장의 인간 중심의 경영은 후대 기업인들이 본받고 이어가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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