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한국판 뉴딜(K-뉴딜)’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K-뉴딜을 바라보는 초기의 시선은 우려와 동조로 크게 어긋났다.
정부가 지난 7월 14일 확정·발표하고, 3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해 금융권과 정관계 고위공직자, 집권여당 대표를 비롯한 여권 핵심인사들이 총 출동해 첫 전략회의를 가진 ‘K-뉴딜’은 크게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한 투자 및 일자리 창출 전략이다.
정부는 K-뉴딜을 위해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의 시대(포스트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고 경제구조를 재편하는 등 선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주요 열쇠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1차 전략회의’는 계획을 실현할 재원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뉴딜 펀드와 뉴딜 금융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열 것”이라며 “재정·정책금융·민간금융의 3대축으로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 2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형 펀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와 세제혜택을 통해 지원하는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금융을 지원하는 ‘민간 뉴딜펀드’를 동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민참여형 뉴딜펀드로 20조원을 조성하고, 펀드에 참여한다면 손실위험 분담과 세제 혜택으로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민간이 자율적으로 뉴딜 펀드를 조성할 여건을 마련하겠다. 뉴딜지수를 개발해 지수에 투자할 상품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국민과 금융권이 위기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며 “정부의 마중물 역할과 정책금융의 적극적 기여, 민간의 협조까지 더해져 한국판 뉴딜을 힘 있게 추진할 물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에서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시킨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을 향한 주문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이야말로 한국판 뉴딜의 또 하나의 성공조건”이라며 “입법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뉴딜 분야 프로젝트나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는 과감히 혁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낙연 당대표를 비롯해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 더불어민주당 핵심지도부가 함께 자리해 실행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야권은 우려의 목소리를 연거푸 냈다.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은 K-뉴딜의 정체조차 불분명한데다 그 진의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지나치게 서두르는 모습으로 국민을 현혹하기만 하는 ‘관제사업’, ‘관치펀드’라고 혹평했다. 국민의당 또한 정부의 기대와 달리 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되고 과거 정부사업들과 큰 차별성이 없는 ‘강요된 부담행위’라고 비난했다. 정의당조차 고개를 저었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지난 달 160조원 규모의 한국형 뉴딜을 발표했던 정부가 한 달도 안 돼 2021년도 예산에 21조원을 편성하고, 대통령은 ‘5년간 정책금융에서 100조원, 민간금융에서 70조원, 뉴딜펀드로 20조원’을 마련하겠다고 한다”며 “부동산 정책에는 그렇게 느긋하고, 4차 추경에는 그렇게 인색하던 정부라고 믿기엔 너무 신속하고 과감하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아무 효용도 입증 안 된 한국판 뉴딜을 마치 경제를 살릴 만병통치약인 냥 홍보하고, 국민들에게 집 살 필요가 없으니 월세 살며 그 돈으로 ‘관치펀드’에 투자하라고 한다”면서 “부동산은 비생산적이고 뉴딜펀드는 생산적이라고 규정했지만 결국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의 유동자금을 철지난 관치펀드로 끌어들여 ‘세제혜택’과 ‘손실보장’으로 달래보겠다는 심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뉴딜의 성공을 위해 제도 지원과 규제혁신을 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유통, 통신, 방송, IT 등 분야를 막론하고 온갖 규제 법안을 쏟아내는 정부와 여당을 보며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엇보다 기존 사업들과 어떠한 차별성이 있는지, 뉴딜사업의 구체적인 형태는 무엇인지, 또 민간의 투자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지는 전혀 설명되지 않고 있다”며 “결국 돈은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한다.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질타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판 뉴딜 사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부실한 사업”이라며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디지털과 그린사업이다. 그런데 사업내용은 범용화된 기술을 단순 보급·소비하는 사업으로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에 그치는 수준이다. 노후 기자재 교체 사업 등 한국판 뉴딜이 아니었어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이뤄졌을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의 선택과 집중투자 정책 기조와 달리 백화점식 나열 정책도 문제”라며 “한국판 뉴딜의 세부 사업은 74개에 이른다. 내년에 20조 원이 투자가 되니 한 사업당 2700억원 꼴이다. 될 만한 사업에 수조원을 투입해도 미래 먹거리가 될 '히트 상품'이 나오기 힘든데 자잘하게 예산을 나눠 뿌려서 제대로 된 성과물이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과제를 두고 “이명박(MB)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앞세운 ‘녹색 뉴딜’과 마찬가지로 내년 과제를 보면 주로 SOC에 예산이 투입된다”면서 “금융 투자는 기업과 기술을 보고 하는데, 정부 주도의 인프라 보급·확충 사업에 민간투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구상부터가 한계다. 이렇듯 ‘사업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투자해달라’며 속도를 내는 것은 강요된 부담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한 후 실효성 확보를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정의당도 K-뉴딜에 대해서는 못마땅해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원회의에서 “뉴딜펀드는 현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뉴딜펀드는 여윳돈 있는 중산층 투자자들을 위한 ‘특혜’ 절세 상품”이라며 “정부가 뉴딜펀드 대신 100조원 규모의 그린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자사업이 손실을 볼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투자자 원금과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50조원의 민간펀드가 형성된다면 매년 수익률 보장만 1.5조원씩 해야 한다. 그린뉴딜은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초반 수익이 미미해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특혜와 절세는 자본시장의 원리와 부합하지 않고 공정과세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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