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숲속, 새들의 번식처 “인공새집”

도시 숲속, 새들의 번식처 “인공새집”

국립공원 속, 야생조류의 안심 번식터 "인공새집"

기사승인 2020-09-06 05:00:04

- 국립공원 내 도봉숲속마을, 매년 인공새집 달아줘
- 새 생명 인공새집 밖으로 얼굴 내밀어
- 안정된 도봉숲속마을 생태계…소쩍새·붉은배새매 번식 확인
- 인공새집은 관리도 중요, 조류 외 다른 개체 번식 못하게 살펴야
- 숲은 생태 중요성 알려주는 산 교육장
도봉산새학교 생태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야생조류센터 서정화 대표가 도봉숲속마을 뒷편 숲교실에서 지역 조류생태의 모니터링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2019년 6월 사진)/ 올해 중순까지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도봉산새학교는 현재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일시 중단된 상태다.

[쿠키뉴스] 곽경근 대기자 =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도시 녹지공간이 줄어들면서 새들도 번식공간이 부족하다보니 밀려서 산으로 들어옵니다” 며 “그들이 살던 집을 우리가 빼앗았으니 일부라도 집을 지어주는 게 맞는 일이죠” 북한산국립공원 내 자리한 도봉숲속마을에서 번식이 끝난 인공새집을 청소하던 그린새 서정화 대표는 주장한다.
인공새집 속 소쩍새 새끼들

지난 7월 하순, 소쩍새가 둥지를 떠나기(이소 ·離巢) 전 도봉숲속마을을 방문한 후 한 달이 지난 8월 말일, 다시 찾은 도봉숲속마을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도봉숲속마을도 임시 휴원 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숲속에 아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서 일까, ‘코로나19’ 해방 구역인 숲 속은 녹색으로 풍성하고 새들의 지저귐이나 날갯짓도 더욱 여유스럽게 느껴졌다. 

도봉숲속마을 전경

2019년 7월, 도봉산새학교의 조류 모니터링 모습/
도봉숲속마을의 박민정 상임이사는 “도봉산새학교는 도봉숲속마을 내의 조류 생태계를 조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감수성 함양을 위한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자 2018년 11월에 시작했다”며 “탐조활동에 관심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2018년과 2019년에 조류생태 해설사 기초과정을 진행했으며, 30여개의 인공새집을 설치해 연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산길 도봉산 초입에 위치한 도봉숲속마을은 송석교육문화재단에서 청소년시설, 숲속 가족캠프, 숲 예술체험 등을 운영하는 곳으로 자연생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도봉숲속마을의 숲에는 참나무과(굴참나무, 신갈나무), 팥배나무, 은사시나무, 아까시나무, 단풍나무, 잣나무, 오리나무 등이 주로 서식하고 있다.
15m 높이의 참나무 상단에 둥지를 튼 붉은배새매 어미의 눈이 둥지사이로 보인다. 붉은배새매와 솔부엉이는 자신들보다 앞서 청솔모가 인공둥지에 새끼를 낳자 어쩔 수 없이 참나무에 둥지를 틀었다. 도봉숲속마을의 새들은 살기 편한 인공새집도 좋아하지만 대부분 나무가지 사이에 둥지를 틀거나 나무 구멍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이 곳 숲의 면적은 약 45, 798m²로 ‘비오톱[biotope] 1등급’ 지역이다.
비오톱이란 특정한 식물, 동물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춘 곳으로 다른 땅들과의 확연히 구분되는 생물의 서식지를 말한다. 비오톱 1등급지에 대해서는 일체의 개발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도봉숲속마을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다.
나뭇가지에 앉아 자태를 뽐내는 천연기념물 붉은배새매/
도봉숲속마을에서 상위포식자인 붉은배새매와 소쩍새의 번식이 관찰되는 것은 이곳이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 안정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 도봉숲속마을에서는 그동안 진행해오던 다양한 숲 프로그램과 함께 도봉숲속마을 내의 조류 생태를 조사하고 생태교육 프로그램인 도봉산새학교를 운영 중이다.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이진아 교육팀장(사진 좌측)은 “몇 번 새집에 어느 새가 새끼를 키우며 살아가는지를 관찰하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큰 즐거움이고 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람이다. 올해는 유달리 비가 많이와서 번식기에도 새들을 많이 관찰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도봉산새학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서정화(58· 이하 서 대표) 대표는 새들의 번식생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교육적 측면에서 인공새집(nest box·人工巢箱) 설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9년 2월 도봉숲속마을 뒤편 숲에 알기 쉽게 넘버링한 3cm, 6cm, 9cm 등 3종류 크기의 30개 인공새집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다.
기자가 찾은 지난 7월 22일 밤, 도봉숲속마을의 굵은 참나무에 달린 인공둥지에 어미 소쩍새는 밤새 갈색여치 등 먹이를 물어다 3마리의 새끼들에게 골고루 나눠 먹였다. 어미가 올 시간이 지나면 새끼 소쩍새들은 둥지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울어댔다.

인공새집은 구멍 크기에 따라 번식하는 새의 종류도 틀리다.
3cm에서는 인공새집을 가장 좋아하는 박새를 비롯 곤줄박이, 흰눈썹황금새 등이 번식하고 6cm과 9cm에서는 소쩍새를 비롯해 원앙, 파랑새, 꾀꼬리, 솔부엉이 등 몸집이 큰새들이 번식한다.

올해는 솔부엉이 등 번식해야 할 큰 인공새집에 불청객 청솔모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바람에 큰 새들은 인공새집에서 번식을 하지 못했다.
남산공원의 인공새집에서 새끼를 키우고 있는 솔부엉이

서 대표는 “일반인들은 숲 속에 들어가서 새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인공새집은 새들에게는 안정적인 번식과 쉼터를 제공하지만 사람들에게도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면서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서 대표는 “특히 도봉산새학교는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산교육장이다. 야생조류들이 인공새집을 들락거리는 모습을 필드스코프를 통해 확대해 보여주면 새들을 대하는 자세가 틀려진다. 책으로만 통해 접하던 생태를 생생하게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생태를 보호하고 지키려는 마음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소쩍새 새끼가 인공새집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바깥 세상을 살피고 있다.

새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제작한 상자모양의 인공새집은 1875년 독일에서 고안하여 새들의 번식을 도와주고 산림해충방제에도 효과를 얻자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다.
미사리경정공원의 인공새집에서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 원앙

야생조류센터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인공새집을 달기 시작해 미사리경정공원, 남산공원, 하남 나무고아원, 서울식물원, 군포 초막골생태공원 등 수도권 수십 곳에 지금까지 500여개의 인공새집을 달아주었다.

인공새집 속 박새 부화


인공새집 속 이소 앞둔 박새 새끼들

서 대표는 “특히 인공새집을 즐겨 찾는 박새는 보통 5~12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면서 “박새 한 마리당 약 10만 마리의 벌레를 잡어 먹어 숲을 해충의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인공새집은 자연적인 먹이사슬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작은 새들이 많은 곳에 이들을 먹이로 삼는 맹금류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야생조류센터 서정화 대표가 도봉숲속마을 뒤편 숲에 달아준 인공새집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서 대표는 “도봉숲속마을은 도심 인근에서 생태보존지역으로 가치가 높은 곳이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야생조류 모니터링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향후 몇 년 간은 좀 더 상세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인공새집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관리가 쉬운 곳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약간 경사지게 달아주어야 한다. 특히 청설모나 뱀 등 다른 동물의 침입이 어려운 곳에 설치해야하고 새들의 번식이 끝나면 습기가 차지 않고 다음 해 번식을 위해 깨끗하게 청소해 주어야한다.

도봉숲속 마을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는 야생조류  딱새

원앙

파랑새


흰눈썹황금새

아물쇠딱다구리
청딱따구리


물까치 어린새

꾀꼬리

소쩍새 새끼/  도봉산새학교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도봉숲속마을 김민주 사원은 “도봉산새학교는 올해 코로나 19로 인하여 인원을 확장하여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생태계가 건강히 회복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숲에서 새의 세계를 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국립생태보존지역인 도봉숲속마을의 녹색공간은 6cm 구멍의 인공새집에서 번식에 성공한 천연기념물 제324-6호인 소쩍새 외에도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323-2호), 솔부엉이(천연기념물 324-3호), 원앙(천연기념물 327호), 흰눈썹황금새, 파랑새, 꾀꼬리, 희귀 조류인 아물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등 다양한 종의 야생조류가 살고 있는 북한산국립공원 내 안락한 새들의 보금자리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서정화 야생조류센터 그린새 대표/ 취재지원=왕고섶 사진가‧도봉숲속마을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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