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그러나 이 사진이 표지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산왕과의 사투에 모든 힘을 쏟아낸 북산은 이어지는 3회전에서 지학에 거짓말처럼 참패를 당했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엔딩을 장식한 이 대사에는 남다른 여운이 담겨있다. 일종의 법칙 아닌 법칙이 된 이 대사는 '북산엔딩'이라는 밈(Meme)을 만들어냈다.
스포츠에서도 북산엔딩의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악전고투 끝에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 팀이 허무할 정도로 무기력하게 패배했을 때 우리는 '북산엔딩'했다는 말을 사용한다.
5일‘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스플릿 DRX와 담원 게이밍의 플레이오프 결승전이 온라인으로 열렸다. 결과는 담원의 3대 0 셧아웃.
앞서 지난달 30일 젠지 e스포츠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대 2의 위기를 극복하고 결승에 진출한 DRX였기에 결승전에서 보여준 무력한 모습이 더욱 아쉬웠다. '씨맥' 김대호 감독과 '쵸비' 정지훈의 첫 LCK 우승이 달려있던 결승이기에 DRX 입장에서는 간절함도 컸을 터. 하지만 이번에도 DRX는 슬픈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사실 김대호 감독과 정지훈을 제외하더라도, '북산엔딩'은 DRX에게는 아픈 부분이었다.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 선발전 당시 DRX(前 킹존 드래곤X)는 담원과의 최종전에서 풀세트 접전끝에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데프트' 김혁규와 '투신' 박종익이 엄청난 파괴력을 내뿜었고, 팀원 전원이 극한의 집중력을 보여줬지만 담원의 괴물같은 상체가 이를 막았다.
2018년에도 슬픈 잔혹사는 여전했다. '칸' 김동하, '피넛' 한왕호의 활약으로 스프링 스플릿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지만, 서머 스플릿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다만 이번에도 '북산엔딩'을 떨쳐내지 못한 DRX지만, 올해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젠지와의 대결로 롤드컵 직행을 이미 따놨기 때문이다. '완전무결'하다는 담원에게 일격을 맞았지만, 한 시즌의 성패를 결정짓는 최종무대인 롤드컵에서 아쉬움을 씻어낼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롤드컵에는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2017년 서머 스플릿 당시 원조 '어나더레벨' 롱주 게이밍은 결승전에서 다전제의 SKT T1(現 T1)을 완파하고 롤드컵에 직행했다. 조별 라운드에서도 롱주는 무시무시한 괴력을 뿜어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힌 RNG에게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8강에서 '앰비션' 강찬용의 삼성 갤럭시(現 젠지)에게 3대 0 패배를 당하면서 '북산엔딩' 징크스가 시작됐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라는 명언처럼 DRX의 2020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즌의 최종무대인 롤드컵에서 DRX가 그동안의 징크스를 떨쳐내고 '북산엔딩'과 작별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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