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동재 VS 우리 동재 [‘비숲’ 외전]

느그 동재 VS 우리 동재 [‘비숲’ 외전]

기사승인 2020-09-12 07:30:02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자장면이냐, 짬뽕이냐. 물냉이냐, 비냉이냐. ‘부먹’이냐, ‘찍먹’이냐. 그리고… ‘느그(너희) 동재’냐, ‘우리 동재’냐.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2에서 서동재(이준혁)가 괴한에게 납치된 뒤부터 안티-동재파인 ‘느그 동재’와 친(親) 동재파인 ‘우리 동재’ 사이의 논쟁이 뜨겁다. 얄밉지만 짠하고, 눈꼴 시려운데 눈에 밟히는 마성의 검사 서동재. 그의 귀환을 바라며 ‘느그 동재’파와 ‘우리 동재’파의 이야기를 각각 들어봤다.

■ 한여진(배두나) 밀친 순간부터 당신은, ‘느그 동재’

권모술수에 능하고 기회주의적이다. 서동재는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된 인물이다. 문제는 그 ‘뭐든’에 부정과 비리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비밀의 숲’ 시즌1에서 서동재는 이창준(유재명)의 약점을 캐내기 위해 권민아를 추적한다. 김가영(박유나)이 습격을 당한 채 발견된 후엔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것을 우려해 앞서 빼앗았던 김가영의 휴대폰을 없애려 한다. 동시에 김가영과 동창이었다는 박경완(장성범)에게 모든 혐의를 뒤집어 씌우려고 수를 쓴다. 결국 서동재는 황시목(조승우)·한여진 합동 ‘토끼몰이’에 걸려 증거 인멸 시도의 현장을 발각당하고 덕분에 박경완도 혐의를 벗게 되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희생양 삼는 태도는 비인간적이다. 한편 서동재는 검사로 재직하며 박무성(엄효섭) 등 스폰서에게 뇌물을 받기도 했다. 황시목이 특임을 통해 이런 사실을 까발리자, 서동재는 이윤범(이경영)을 찾아가 목숨을 구걸한다. 그의 조건은 특임에서 뭘 조사하는지 알아내겠다는 것.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순위에 놓고 정의와 질서를 거스르는 서동재에겐 ‘느그 동재’가 딱이다.

※ 혈압주의 이 장면: ‘비밀의 숲’ 시즌1 7화.

황시목과 한여진은 서동재가 권민아의 휴대폰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함정을 파 그의 증거 인멸 현장을 포착하려 한다. 한여진이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서동재는 한강에 휴대폰을 던지는 척하며 한여진을 ‘낚는다’. 총구를 겨누며 다가오는 한여진. 서동재는 자신이 던지려던 것이 담배였다는 걸 보여주며 전세를 역전시킨다. 진짜 ‘혈압주의’는 이제부터다. 서동재는 한여진을 밀치고 수모를 주며 기세를 제압한다. “너 뭐야?(퍽)” “너 나 미행했냐?(퍽)” “누가 시켰어?(퍽)” ‘퍽’ 하나에 분노와 ‘퍽’ 하나에 짜증과 ‘퍽’ 하나에 느그 동재, 느그 동재…. 서동재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순간이다.

■ ‘우리 동재’, 애가 출세에 눈이 멀어서 그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한 표현을 빌리자면 “동재의 하루에는 거짓이 없다.”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다. 특히 아부와 속임수를 오가고, ‘폴더 인사’와 무릎 꿇기에 연연하지 않는 동재의 처세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동재가 처절할 정도로 열심히 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지방대 출신이다. 서울대 출신 검사들이 학연으로 똘똘 뭉친 조직에서, 동재는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래봤자 겨우 평타만 치는 수준이다. 더욱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면, 소위 ‘줄 타기’가 아니고선 답이 없다. 그러니 더욱 절박하다. 게다가 비주류에게 가해지는 모멸감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우태하(최무성)는 동재를 저녁 식사 자리에 불러놓고도, 식사가 나오기 전에 동재를 돌려보낸다. 동재에게 일을 맡기지만 동재를 ‘우리’로 인정하지 않는다. 동재의 야망이 그릇됐다면, 거기에 불을 붙인 건 반복되는 소외와 배제의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한 열등감일 것이다. 한 마디로… ‘느그 서울대’들이 우리 동재 따돌리니까 애가 삐뚤어진 거잖아욧!

※ 짠내주의 이 장면: ‘비밀의 숲’ 시즌2 6화.

동재는 야근 중이다. 세곡지구대 송기현 경사 자살 사건을 파헤치느라 바쁘다. 우태하의 눈에 들려면, 타살 정황을 하나라도 발견해야 한다. 그런데 휴대폰이 울린다. 동재가 근무하는 의정부지검 심의섭 부장검사의 전화다. “서 프로 지금 좀 나올 수 있어? 여기 올라이트 가카오케! 너 술 안 마셨지?” 동재는 냉큼 답한다. “마셨어도 또 마셔야죠, 부장님께서 부르시는데.” 그런데 부장의 용건은 같이 자리를 하잔 게 아니다. 자신이 술을 마셨으니, 와서 운전 좀 해달란다. 하고많은 검사 중에 왜 동재에게? “지금 동문회 중인데, 또 2차를 가자네. 그런데 지검 애들 거의 다 와 있으니….” 보나마나 서울대 출신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자리임이 틀림 없다. 참나. 명문대 나오면 뭐하나. 대리운전 부를 줄도 모르는데!

wild37@kukinews.com / 사진=‘비밀의 숲’ 시즌1, 2 방송화면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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