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하루에도 수십 개의 신작 모바일 게임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골수 게이머가 아닌 라이트 유저의 경우 출시된 모든 게임을 플레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모바일 게임의 흥행 여부는 30분 플레이 후 판가름 난다고 한다. [30min]에서는 쿠키뉴스가 30분 동안 신작 게임을 플레이하고 받은 간략한 인상 등을 소개한다.
'텍스트 어드벤처'라는 장르가 있다. 유저가 텍스트 명령을 이용해 인물들을 조작하고 주위에 영향을 주는 게임을 의미하는데, 인터렉티브 픽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2018년 연말 반지하게임즈가 출시한 텍스트 어드벤처 '서울 2033'은 서울 상공에서 원인 모를 핵폭발이 일어나고 18년 후의 상황을 담은 게임이다. 유저는 100명 남짓한 도봉산의 어느 생존자 공동체에서 자란 주인공이 돼서 가족을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떠난다.
이 게임은 지난해 열린 제4회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선호하는 팬층을 확보하며 Top 3 개발사에 선정, 인기상을 수상했다. 또한 구글플레이가 발표하는 '2019 올해를 빛낸 인디 게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달 9일 '서울 2033'의 후속작 '서울 2033 : 방공호'가 출시됐다. 이 게임은 18년전 서울에서 핵폭발이 발생한 직후의 상황을 다루고 있는 프리퀄 격의 작품이다. 유저는 국가지정 방공호의 관리자가 돼서 주민들을 지켜야 한다.
'서울 2033 : 방공호'는 전작 못지 않은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배경 이야기로 호평받고 있다. 반지하게임즈의 신작을 플레이해봤다.
▶ 소설 못지 않은 스토리 텔링, 전작에도 등장한 반가운 얼굴들
'서울 2033'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탄탄한 스토리다. 폐허가 된 서울 풍경과 사회문화적 특징이 잘 녹아들어 인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유저는 방공호 관리자가 돼서 랜덤으로 3명의 인물을 동료로 받아들인다. 다양한 인물들은 각각의 이벤트에서 특정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전 하사'라는 캐릭터는 휴가 중 핵폭발로 인해 부대에 복귀하지 못하고 방공호에 오는 인물이다. 전 하사가 있을 때는 방공호에 침입하는 외부인을 막아내기 용이하지만, 지나치게 FM적인 성향으로 인해 인물들의 멘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전작에 등장한 '석 순경'을 비롯한 9명의 캐릭터가 18년 전에는 어땠는지 확인하는 것도 재밌는 점이다. 핵폭발로 인해 아등바등 살아가던 인물들은 전작에서 악인이 되기도, 주인공을 돕는 선인이 되기도 한다.
▶ 유저 배려한 친절한 UI...장평 조절부터 보이스 오버까지
UI(유저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좀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정을 의미한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이라도 UI가 좋지 않다면, 유저의 평가도 박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서울 2033 : 방공호'는 매우 훌륭한 UI를 보유하고 있다. 물론 텍스트 기반 게임에 UI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게임 내 사운드를 설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글자 크기와 장평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글자를 읽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위해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보이스오버 기능도 도입됐다. 다만 이 기능은 아이폰을 이용하는 유저들만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인데, 안드로이드로는 보이스 오버를 지원하지 않는다.
▶ 전작 못지 않은 준수한 후속작... 5000원 가격 대비로는 아쉬워
'서울 2033 : 방공호'는 전작과 비슷하지만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똑같이 핵전쟁에서 살아남는다는 배경을 담고 있지만, 진행 방식이 다르다. 전작이 각종 가젯과 아이템을 조합해 플레이해야 했다면, 이번 작에서는 식량, 방어, 멘탈을 관리해야 한다.
방공호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받아줄 지 말지, 식량과 방어 대책은 무엇인지, 인물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지, 모두 유저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서울 2033 : 방공호'는 인물들의 성향에 따라 이벤트의 결과가 바뀐다. 전작과 차별화되는 부분이자 강점이다.
이로 인해 인물간의 관계도가 매우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초반 방공호 거주민의 멘탈을 회복해주는 방주형 목사는 매우 훌륭한 인물이다.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면 멘탈 상승에 많은 도움을 준다. 반면 다른 종교를 믿는 인물에게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방주형 목사는 기계 수리에 이벤트에 도움이 되는 '기계도사'와 함께 있는 경우 갈등을 일으키는데 나중에는 둘 중 한 명을 추방해야하는 일도 생긴다.
다만 49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전작보다 볼륨이 작아보인다. DLC의 개념으로 보면 훌륭하지만, 정식 후속작이라고 본다면 미흡한 부분이 있다. 이전 작에서 볼 수 있던 재기발랄한 일러스트가 사라진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 텍스트 어드벤처적 장르 성향은 강해졌지만, 단조로워진 느낌을 받았다.
▶ 30분 플레이 소감
그래픽 : 전작의 재기발랄한 일러스트가 사라진 부분은 아쉬움.
스토리 : 형만한 아우 있다. 전작에 등장한 인물의 과거를 확인하는 것도 재미 포인트
가성비 : 전작을 해봤다면 그리 아깝지 않겠지만, 처음 해보는 유저는 4900원만큼의 재미를 느낄 수 없을 지도
▶ 별점과 한 줄 평(5점 만점)
4점.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의 장인이 된 반지하게임즈. 후속작도 성공적으로!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