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분주한 최전방 철원평야
-콤바인이 그려낸 가을 구상화
-농부들 철원 오대쌀 자부심 대단
-긴 장마와 태풍으로 올해 수확은 30% 감소 예상
[쿠키뉴스] 철원‧곽경근 대기자 =누렇게 익은 벼가 찰랑 찰랑 고개 숙인 강원도의 철원의 드넓은 평야.
손에 잡힐 듯 한 뭉게구름과 일찌감치 황금벌판을 찾은 겨울철새들은 남과 북을 유유히 오고 간다.
22일, 철원평야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철원읍 소이산(362m) 전망대를 찾았다. 이 철원평야를 예전에는 재송평이라 불러 이정표에는 ‘소이산 재송평’이라 쓰여 있다.
소이산과 철원평야의 표고 차는 불과 200여m에 불과하다. 평야 한가운데 우뚝 솟은 소이산 평화마루공원 전망데크에 서니 광활한 철원 들녘이 손에 잡힐 듯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화려했던 철원의 옛 도심은 한 시절 경적을 울리며 경원선과 금강산 기차가 힘차게 오갔고 1930년대에는 인구 2만 명이 거주하던 지역의 중심지였다. 옛 철원군청사지와 월정역, 백마고지와 아이스크림 고지, 저격능선과 멀리 김일성 고지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날씨마저 맑으니 그야말로 북녘 땅이 지척이다.
황금벌판을 이룬 철원평야에 벼 베기가 시작되어 이미 가을걷이를 끝낸 곳도 중간 중간 보인다. 소이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들판의 대부분은 민간인 통제지역(민통선)으로 사전에 출입을 허가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취재진은 민통선 이남 지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22일 오후, 강원도 철원읍 금강산로 이길리 들녘에 콤바인이 힘차게 돌아간다.
지난여름, 54일에 이르는 최장기간 장마와 연이은 태풍, 그리고 마을 전체가 침수되는 난리를 겪은 이길리의 가을은 그래서 더욱 정겹다.
뭉게구름 걸린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진 황금벌판 뒤로는 군사분계선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벼 베기가 한창인 들녘에서 43년 전 일자리를 찾아 아내와 중고등학교 다니는 3형제를 데리고 고향 양구를 떠나 철원 읍에 자리 잡았다는 윤둔락(80‧ 철원읍 화지리)씨를 만났다.
“중고등학교 다니는 아들 셋의 학비는 둘째 치고 번번한 땟거리도 없었어요. 닥치는 대로 일해서 농토를 마련하게 되었고, 그러는 동안 아들 3형제가 장성하고, 이제는 논농사만 14,000평을 지을 정도로 안정되었다”라고 농부는 말한다.
이제 삶의 걱정은 하나도 없다. 우리 가족이 철원에 들어와 지금까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웃들에게 늘 감사한다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철원평야에서 나는 오대쌀의 인기 비결을 묻자 윤 씨는 “한탄강이 흐르는 철원평야에서 나는 오대쌀은 춥고 긴 겨울, 낮과 밤의 큰 일교차, 기름진 황토, 풍부한 일조량, 청정한 물과 공기 등으로 최고의 쌀이 생산된다.”라며 자랑한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기는 황금벌판이지만 올해 농사는 풍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올여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벼가 제대로 성장을 못했다. 예년의 70% 정도 수확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 논은 나은 편이고 저 아래 논들은 여름 홍수에 잠겨서 거의 수확을 포기한 집이 많다.”라고 아쉬워했다.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