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번 사태를 ‘반북 이데올로기’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마 민주당 쪽에서 원하는 방향일 겁니다. 이념을 떠나서 이 문제를 그냥 생활하는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가장 고통을 받는 이는 아마 유가족일 겁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에 공감하지 못한 것이 박근혜 정권의 문제였다면, 그것을 비판했던 사람들이 정작 이번 사태에서는 사살된 분의 유가족의 입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게 문제죠”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니 북한이 희생자의 장례(‘화장’)를 치러준 것이고, 김정은이 사과를 했으니 ‘희소식’이며, 그 분의 희생이 결국 ‘전화위복’이 됐다는 둥, 해괴한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한 사람의 죽음 덕에 외려 남북관계가 개선이 됐으니, ‘미안하다. 고맙다.’ 대통령이 세월호 방명록에 이렇게 적어 넣을 당시의 그 정서, 거기서 한 치도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입니다”라고 비난했다.
앞서 진 전 교수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남북관계의 발전 혹은 관리라는 관점, 다른 하나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의 역할 혹은 책임이라는 관점입니다”라며 “물론 둘 다 중요한 이슈이나, 여기서 근본적인 것은 물론 후자입니다. 어차피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관리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 테니까요. 전자는 김정은의 이례적인 사과로 최악을 피했습니다. 다만 도주하려고 해서 사살했다는 북측의 설명은 그리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바다 한 가운데서 부유물 붙잡고 어떻게 동력선 따돌리고 도망을 갑니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후자입니다. 과연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의무를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는가? 집중적으로 캐물어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 문책할 사람은 문책하고 사과할 사람은 사과해야 합니다. 아울러 재발을 막기 위해 매뉴얼이나 시스템을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국민에게 밝혀야겠지요”라며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이 두 이슈의 중요성에 대한 정권측 사람들의 평가입니다. 그들은 김정은의 사과가 나오자 입 모아 ‘전화위복’이 됐다고 외칩니다. 우리 국민의 한 사람이 북한의 비인도적인 조치로 살해당한 불행한 ‘화’가 김정은 사과로 졸지에 ‘복’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들의 머릿속의 가치체계 속에서 국민의 생명보다 남북관계가 더 상위에 있다는 얘기겠지요”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런 게 저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대체 왜들 저러는지. 과연 지금이 태연히 그런 얘기를 늘어놓을 때인지. 세월호 때 박근혜 정권 사람들과 뭐가 다른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대선 전에 트럼프랑 김정은이랑 만날 작정인가? 북한의 이례적인 사과는 뭔가 더 큰 게 걸려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건물 폭파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남북정상이 최근에 다소 뜬금없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도 그렇고. 그냥 주관적인 느낌일 뿐입니다. 듣고 흘리세요”라고 전했다.
jun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