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LNG 프로젝트, K-철강이 함께한다

글로벌 LNG 프로젝트, K-철강이 함께한다

철강업계 “지구촌 에너지 플랜트에 우리 소재가 있다”

기사승인 2020-10-13 05:00:22
▲러시아 아무르 가스 처리 플랜트(Amur Gas Processing Plant) 조감도. (사진=러시아 가즈프롬사 홈페이지 캡쳐)

[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한국 철강 업계가 세계적인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K-철강을 납품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소재의 우수성을 뽐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에너지원에서 천연가스의 점유율은 2015년 20.6%에서 2040년 24.8%로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2015년에 ‘향후 천연가스가 석탄을 제치고 석유 다음으로 지배적인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각지에서 늘어나는 천연가스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주요 수출국을 중심으로 거대한 LNG 플랜트가 건설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프로젝트에 대한민국 철강 파트너들의 합작품이 대거 공급되며 K 소재 열풍이 불고 있다.


LNG의 단짝, 스테인리스 스틸


천연가스의 액화점은 1기압에서 영하 162℃다. 이 기압과 온도 때문에 LNG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게 까다로워진다. 이에 따라 원유 등의 파이프라인은 일반적으로 탄소강(주로 열연과 후판)으로 제작하지만, LNG 파이프라인은 저온 취성(脆性)에 더욱 강한 소재를 쓴다. 대표적인 것이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일반적으로 스테인리스강은 ‘부식에 강하다’는 게 강점으로 꼽히지만, LNG 프로젝트에서는 스테인리스의 ‘저온충격인성’이 중요한 성질이다. 스테인리스강은 저온에서 취성을 띄는 탄소강과 달리, 극심하게 낮은 온도에서도 충격에 버티는 소재다.

물론 극저온 강재로 고망간강이나 9%니켈강 등 특수소재도 개발되며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스테인리스 스틸이 보편적으로 쓰이다 보니 이 소재를 다루는 가공사가 많고 공급망(Supply Chain)도 잘 형성된 편이다.

이런 이유로 스테인리스 스틸은 LNG를 수송하는 후육강관(厚肉鋼管, 후판으로 제작하는 초대형 파이프), 기계장치 등에 두루 적용되며 LNG 플랜트 건설 시 반드시 사용되는 소재로 꼽힌다.

▲LNG 공급망(Supply Chain) 그래픽: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액화플랜트에서 액화해 LNG수송선 등을 통해 LNG 터미널로 운송한다. 이후 이를 재기화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실 사용처로 공급한다.(그래픽=포스코에너지 제공)

대한민국 스테인리스 1만톤 들어가는 러시아 아무르 프로젝트



러시아의 아무르 가스 처리 플랜트(Amur Gas Processing Plant) 프로젝트는 러시아 아무르의 스보보드니(Svobodny) 지역에 연간 420억 입방미터(m3)의 천연가스와 6000만 입방미터의 헬륨을 처리, 생산하는 사업이다. 투자비만 130억 달러(15조원대)에 달한다.

공장의 첫 시운전은 2021년에, 나머지 라인은 2024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천연가스 외에도 헬륨(helium), 에탄(ethane, C2H6), 프로판(propane, C3H8) 등 다양한 성분들이 이 플랜트에서 처리된다. 세계 최대급 가스 플랜트의 탄생인 셈이다.

이러한 플랜트의 가스를 처리하는 설비들에 한국 스테인리스 스틸이 적용된다. 플랜트의 에탄 및 천연가스액(NGL, Natural Gas Liquid) 추출 시설, 헬륨 생산 시설에 들어가는 반응기와 열교환기 등에 스테인리스가 사용되는 것이다.

당초 이 설비들은 스페인 제작 업체 이데사(IDESA)가 수주해 철강재를 유럽 철강 밀(Mill)로 발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데사가 공사를 중도 포기하면서 한국의 두산메카텍이 승계 수주를 하게 됐고, 두산메카텍 역시 유럽 Mill과 소재 공급에 대한 우선 협상을 진행했다.

이는 설비 제작에 필요한 스펙의 스테인리스강이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에는 국내에 두께 80mm를 초과하는 극후물 STS 321 강종을 생산하는 곳이 전무했다.

하지만 유럽산 강재를 사용하는 것은 두산메카텍에게 납기 면에서 큰 부담이었다. 국산 소재로 대체하기 위해 국내 Mill에서 새롭게 생산 체제를 구축해야만 했다.

이런 사정을 파악한 포스코는 주저하지 않고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국내 화공기 제작 업체들의 수주 급감속으로 어려운 실정에서 꼭 필요한 물량이었고, 소재 국산화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산메카텍 역시 포스코가 해당 스펙의 강종은 생산 실적이 없음에도 신뢰를 바탕으로 포스코와 손을 맞잡았다.

2017년 3월 두산메카텍-POSCO-DKC(포스코 스테인리스 서비스센터)는 AMUR 프로젝트 설비 제작을 위한 스테인리스 후판 공급 MOU를 체결, 소재와 설비의 100% 국산화에 나섰다.

이후 포스코는 6개월 동안 두산메카텍이 요구하는 스펙의 스테인리스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 안정적인 공급을 시작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포스코에서 생산된 1만2000톤의 스테인리스 스틸은 두산메카텍에서 반응기와 열교환기 등으로 제작돼 러시아로 건너갔다. 플랜트는 완공 후 현지에서 생산된 가스(Feed Gas)를 처리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세아제강이 제작한 스테인리스 후육강관 (사진=세아제강 제공)

캐나다 역사상 최대의 개발 사업에도 K-철강



캐나다 역시 ‘캐나다 역사상 최대의 LNG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 규모만 약 140억 달러(16조6000억원 가량)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ritish Columbia) 서부 해안 키티맷(Kitimat)에 천연가스 액화플랜트를 건설하고 현지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조달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아시아에 LNG 형태로 수출하게 된다.

이 플랜트는 2단계에 걸쳐 건설된다. 1단계에서는 각각 650만톤씩 총 1300만톤의 LNG 생산 설비(Train) 2기를 건설하고 2단계에서 설비를 확장할 예정으로, 최종 생산능력은 2600만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플랜트에 들어가는 후육강관 약 8000톤은 국내 1위 강관제조기업 세아제강과 포스코, DKC의 합작품이다. 포스코가 생산한 스테인리스 후판 반제품(Black Plate)를 DKC가 소둔 산세 가공해 완제품(White Plate)으로 생산하고, 세아제강에서 이를 후육강관으로 제작해 프로젝트 발주처인 LNG 케나다(CANADA)에 공급 중인 것이다.

세아제강은 KITIMAT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응찰(Bidding) 단계부터 포스코-DKC와의 협업을 통해 발주처의 요구를 100% 반영한 소재 스펙과 납기를 약속했다.

특히 자재 하나의 납기 지연이 전체 공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프로젝트의 특성상 소재의 단납기 공급이 필수적이었는데, 이는 포스코와 DKC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청 소재가 6.4mm의 박물재부터, 40mm의 후물재까지 광범위해 생산이 까다로웠지만, 3사의 긴밀한 협조로 지난 1분기부터 소재 공급과 강관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 세아제강의 후육강관은 플랜트 설비와 해상 운송용 라인파이프로 쓰일 계획이다.

키티맷 프로젝트는 2018년 10월 최종투자결정(FID, Final Investment Decision)이 완료됐는데, 한국가스공사도 15% 지분 참여를 했다.

가스공사는 오는 2024년부터 2025년 이후 연간 70만톤 규모의 LNG를 이 플랜트로부터 조달할 예정이다. 한국산 후육강관을 타고 생산되는 캐나다의 LNG를 머지않아 국내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구촌 LNG 프로젝트에 K-스테인리스를 심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일상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만드는 세계 곳곳에 국산 철강재가 있다”고 말했다.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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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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