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H ‘사람중심’ 경영 어디로 갔나요

[기자수첩] LH ‘사람중심’ 경영 어디로 갔나요

기사승인 2020-10-16 06:00:02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주거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두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장애인과 한부모가족을 역차별한 문제가 드러나 아쉬움을 남긴다. 

LH는 그동안 토지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에 매달려왔다. 이같은 기조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교수출신 민간 전문가인 변창흠 사장이 LH의 새로운 수장이 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진보성향의 변창흠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주거복지를 가장 먼저 강조했다. ‘포용 성장’을 다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로 두고, LH의 역할이 단순히 도시건설과 주택공급을 넘어 사람을 생각하는 주거복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아직까지 LH의 사업현장에서는 행정 편의, 편견, 수동적 업무관행, 무관심 등에 기반해 사람보다 사업이 우선인 것이 현실이다. 이번 장애인과 한부모가족 역차별 문제가 이를 방증한다.

LH는 장애인과 한부모가족이 입주하게 될 신혼희망타운 임대주택의 동호수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가장 보호받아야할 사회취약계층을 보호하기 보다 차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셈이다. 특히 아직까지 LH가 사람보다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은 그들의 해명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LH는 장애인과 한부모가족 임대주택의 동호수 공개에 대해 “해당 임대주택에는 장애인을 위한 특수설계가 반영됐고, 주택공급 단계에서 특수설계가 반영된 주택의 위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어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이는 장애인 설계가 반영된 주택의 위치를 알려달라는 민원 해결을 장애인과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예방하는 것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또는 장애인과 한부모가족에 대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부터 생각조차 안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들은 결국 LH가 주거복지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한 단계 도약을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LH의 의식이 단순히 주택공급에 치중하던 과거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거복지는 단순히 도시를 건설하고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달성할 수 없다. LH가 공급한 주택의 거주민이 주거에 만족을 느낄 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장애인과 한부모가족에 대한 역차별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함께 LH의 의식이 목표에 맞게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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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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