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외국인 건강보험 의무가입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올해 20억원 이상의 부정수급액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및 재외국민(이하 외국인 등)에 대한 건강보험 의무 가입 제도는 진료가 필요할 때만 국내에 입국해 건강보험에 가입한 뒤 적은 보험료만 내고 고가의 보험혜택을 누리는 ‘건보 먹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6개월 이상 국내 체류하는 모든 외국인 등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동시에 6개월 이상 체류하고 1개월치 보험료를 선납해야만 건강보험 자격이 부여된다. 외국인 등의건보료는 소득‧재산여부 등에 따라 산정되며, 보험료가 전년도 11월 전체가입자의 평균보험료 미만인 경우 내국인 가입자가 부담하는 평균보험료(올해 12만3080원)를 부과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의무가입 제도 시행 이후 외국인 등의 건보 가입률은 올해 6월 기준 69.6%다.
지난해 기준 건보 부정수급자는 전년 대비 3만명 이상 줄었지만 ‘건보 먹튀’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조사 및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최근 5년 6개월간 외국인들이 건강보험증을 대여 또는 도용하거나 자격상실 후 급여를 부정수급한 금액은 총 316억 16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수급액은 2015년 35억 9900만원(부정수급자 4만 130명)에서 2016년 28억 9100만원(4만 201명), 2017년 67억 5400만원(6만 1693명), 2018년 90억 8600만원(10만 253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74억 3500만원(7만 1870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18억 5100만원(1만 4960명)의 부정수급액이 발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부정수급액을 환수한 금액은 전체의 51.7%인 161억 1400만원에 불과했다.
건보료를 내지 않은 국외체류자가 건보 혜택을 받은 부정수급액 역시 최근 5년 7개월간 69억원에 달했다. 국외체류자의 부정수급액은 2015년 24억 7000만원, 2016년 10억 7900만원, 2017년 7억 3200만원, 2018년 9억 6400만원, 2019년 11억 4100만원, 올해 7월 말 기준 5억 33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일시 귀국해 진료를 받고 다시 해외로 출국하거나 가족들이 대리진료를 받아 보험급여를 부정으로 수급했다. 건보공단은 같은 기간 동안의 부정수급액을 대부분 환수했지만, 7월 말 기준으로 5억 6600만원은 아직 환수하지 못했다.
반면 국민들의 건보료 부담은 증가하고 있고, 보장성강화 정책 및 코로나19 사태로 건보 재정의 건전성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건보공단이 지난 8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건보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80.9%는 평균 3.2% 수준의 건강보험료율 인상수준이 “높다”(너무 높다 14.5% + 다소 높다 66.4%)고 응답했고, 건강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국민 72.7%가 ‘부당청구, 부정수급에 대한 관리강화’를 꼽았다.
현행법상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외국인 등은 체납기간 동안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요양급여 비용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며, 법무부의 ‘건강보험료 체납외국인 비자연장 제한제도’ 시행에 따라 체류허가가 6개월 이내로 제한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주요 외국 국가들도 입국 후 일정기간 체류할 경우에만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주어지는데, 가입을 위한 최소 체류기간이 독일, 프랑스, 벨기에, 일본은 3개월이고, 영국, 캐나다, 대만은 6개월이다”라면서 “우리는 진료를 목적으로 입국하는 등의 (건보) 악용사례 방지를 위해 외국인 지역가입자 기준인 체류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고, 6개월 이상 거주시 건강보험이 당연적용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개월 이상 체납 시 보험급여가 제한되고, 50만원 이상 체납하면 비자연장 심사에 반영하도록 해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현행 건보 자격 기준을 국내 체류 6개월에서 1년으로 강화해 우리나라 국민과의 형평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국외체류자들이 일시 귀국해 진료를 받은 후 출국하는 경우와 대리진료를 받을 땐 일단 부정수급액을 환수 후 일정 기간 건보료를 부과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외국인 건강보험증을 별도로 만들어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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