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가수 임창정은 가요계 ‘가을 전령사’다. 매년 가을 발표되는 그의 발라드곡이 대중에겐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돼서다. 올해도 ‘임창정표 가을 발라드’가 찾아왔다. 19일 오후 6시 발매된 임창정의 정규 16집은 누군가에겐 ‘2020년 가을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날 온라인 공연으로 만난 임창정은 ‘좋은 멜로디’와 ‘쉽게 풀어낸 솔직한 가사’를 ‘임창정 발라드’의 매력으로 꼽았다.
△ “나갈 데 안 나갈 데 다 나가요”
임창정은 이번 음반 발매에 앞서 MBC ‘전지적 참견 시점’, SBS ‘집사부일체’,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컴백을 알려왔다. 그는 “아이돌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MC의 말에 “나갈 데 안 나갈 데 다 나간다. (출연할 프로그램을) 찾다가 이젠 저녁 뉴스까지 나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만 해도 컴백 공연을 포함해 5개의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임창정은 “모두 라이브를 해야 하는 일정”이라며 “후렴에서 음 이탈이 날 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즐겁다.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데뷔한 임창정은 30년 넘게 가수·배우·예능인으로 활약해왔다. 그는 “조금 있으면 반백 살인데,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매년 10곡 이상이 수록된 정규음반을 발표한 지도 벌써 5년째건만,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임창정은 “11월이 되면 17집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그에게 음악은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악상과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해두고, 작업해둔 곡을 추려 음반으로 내는 것이 ‘루틴’이 됐단다. 자신의 음악을 듣고 즐거워할 팬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데서 다작의 원동력도 얻는다.
△ “그간 발라드와 많이 다르지 않아요”
임창정의 노래는 노래방에서 특히 인기다. 높은 음역대가 남성 팬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해서다. 정규 16집 타이틀곡 ‘힘든 건 사랑이 아니다’도 마찬가지다. 후렴구에 3옥타브를 넘나드는 고음이 등장한다. 그는 “제 노래가 음정이 높아 따라부르기 힘들다고들 하시는데, 이번 노래도 그간의 발라드와 많이 다르진 않다”고 했다. 임창정이 고음을 자주 쓰는 건 “음을 낮추면 노래의 맛이 잘 안 나서”다. 덕분에 팬들 사이에선 ‘힘들지 않은 건 임창정 노래가 아니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힘든 건 사랑이 아니다’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애초 소속사 직원들은 이 곡 대신 밝은 느낌의 ‘소확행’을 타이틀곡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임창정은 ‘내가 만든 멜로디가 별로라는 건가’ 하는 생각에 노래를 4~5번이나 고쳤다. 팬들은 임창정의 손을 들어줬다. 노래를 미리 들어본 팬들이 ‘힘든 건 사랑이 아니다’를 타이틀곡으로 밀어준 것이다. 임창정은 “‘힘든 건 사랑이 아니다’는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멜로디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라면서 “가사는 시적으로 쓰지 않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솔직하게 서술형으로 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 “내년 봄엔 댄스 가수로 돌아올게요”
임창정의 창작열은 여전히 뜨겁다. 그는 ‘힘든 건 사랑이 아니다’의 뮤직비디오를 5개 버전으로 제작해 이날부터 순차 공개할 예정이다. 수정하면서 폐기된 ‘힘든 건 사랑이 아니다’ 후렴구로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발라드 장르의 수록곡을 팔도사투리 버전으로 만들어 출시할 계획도 있다. 내년엔 댄스 가수로 돌아오겠단다. 댄스 트로트 장르의 수록곡 ‘내사랑 마법자’에 퍼포먼스를 붙여 내년 봄에 이 곡으로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임창정은 “유행하는 장르로 음반 전체를 채우는 시대는 아니다. 게다가 제가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발라드가 아닌 웃긴 댄스곡을 해도 다 들어주신다”라면서 “제가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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