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최근 유럽과 베트남, 국내 사업장 등 활발한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가며 미래먹거리 사업에 주력해온 이 부회장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정농단 재판 당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은 일주일에 많게는 네 차례 재판을 받았다. 국정농단 1심 당시 이 부회장이 받은 재판의 수는 총 53차례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연다. 공소장과 변호인의견서 만 450페이지가 넘는 만큼 법원이 수차례에 걸쳐 공판 준비기일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판 준비기일에 이 부회장은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판 준비기일은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의 입장을 듣고 공판 쟁점 사항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은 법원 출석 의무가 없다.
검찰은 앞서 지난 9월 1일 자본시장법 부정거래, 시세조종행위,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이 부회장과 관련자 등 총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객관적인 증거가 명백하다"며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반면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사실(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등)은 일방적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고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위법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지시했는지 여부다.
먼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위법성과 관련해서 검찰은 삼성이 조직적으로 삼성물산 가치를 내려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두 회사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고 삼성물산의 시세 조종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서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 회계처리 과정에서 고의로 부채를 누락시키는 등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분식회계 혐의 관련 영장심사에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인지 및 지시했는지에 대해서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 임원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변호인단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날 공판 나흘 뒤인 26일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진행된다. 이날 공판에는 이 부회장이 출석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올해 1월 "파기환송심 재판장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며 법관기피신청을 한지 9개월만이다. 법관기피신청은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나 피고인 등이 제기할 수 있다.
당시 특검은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정준영 판사가 일관성을 잃은 채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피신청을 냈었다. 정 판사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인 지난해 10월 25일 미국의 연방양형기준을 참고해 준법감시제도 도입 등을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이 부회장 최근 유럽과 베트남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글로벌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3일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업체 ASML의 페테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찾아 EUV 장비 공급 계획과 제조기술 개발 협력,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반도체 기술 전략 등을 논의했다.
올해 5월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고 6월에는 파운드리·시스템LSI·무선사업부 사장단 간담회와 반도체 미래전략 간담회와 디스플레이 중장기 전력 회의 등을 열고 경영현안을 점검했다. 7월에는 온양사업장을 방문해 코로나19 이후 미래 선점 과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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