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형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범여권에서는 법원에겐 박수를, 이 전 대통령에겐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과 뿌리를 공유하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선을 긋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국민의힘을 향한 시민사회의 인식도 다소 부정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29일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가 “횡령 내지 뇌물수수의 사실인정과 관련한 원심 결론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해 이 전 대통령을 1심과 2심과 같이 ‘다스(DAS)’의 실소유주로 인정했다. 또한 법원의 보석취소결정에 대한 재항고도 인정하지 않아 이 전 대통령은 기결수 신분으로 수감되게 됐다.
이와 관련 정의당은 법원의 판결에 즉각적인 환영의사를 밝혔다. 조혜민 대변인은 직접 브리핑에 나서 “이런 범죄를 저지른 이가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한탄스러울 지경”이라며 “이 전 대통령은 감옥으로 가는 길에 일말의 반성이라도 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국가를 수익모델로 보고 사익을 추구하다 법의 심판을 받았다”면서 “이번 선고는 단죄의 시작에 불과하다. BBK 특검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난 만큼 다스, BBK 형성 과정부터 차근히 짚어봐야 한다. 과거를 되짚어 반성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다. 정부 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고 논평했다.
심지어 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에 13년이 흘렀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별검찰제도(특검)의 한계를 강조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의 당위성을 내세우는 디딤돌로 삼기도 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2008년 출범한 BBK특검은 정치적으로 악용된 대표적인 사례”라며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해야한다. 권력의 부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수처 출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당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배준영 대변인은 “국민이 선출한 국가원수이자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불행한 역사”라며 “되풀이되는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이, 개개인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 헌법 체계에서 싹트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하고 대안을 마련할 때”라고만 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진영의 사과를 언급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조차 “법원 판결에 대해 뭘 (답하겠느냐)”이라고 말을 아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내가 할 말이 뭐가 있겠느냐”고 이렇다 할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과거 친이계 의원들이나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일부 정치인들만 법원의 판결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이와 관련 국회 앞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를 비난하며 국가정책과 대한민국 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 시민은 “민주당의 독선과 독재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지만, 이를 견제하고 바꾸지 못하는 국민의힘도 문제”라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와선 한 건 당원들 반발에도 억지로 당명을 바꾼 것 말곤 없다. 사퇴해야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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