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중률 100% AI…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적중률 100% AI…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기사승인 2020-11-04 08:00:01
▲담원 게이밍의 우승으로 마무리 된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사진=라이엇 게임즈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로봇 챔피언인 ‘블리츠크랭크’의 대사다. 지난 10월 31일 마무리 된 LoL 국제 e스포츠 대회인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선 블리츠크랭크의 이러한 대사를 떠올릴 만한 일이 일이 벌어졌다.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회사인 팔콘에서 만든 게임 분석 AI ‘SENPAI’는 롤드컵 8강부터 결승까지의 절묘한 승부 예측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AI의 적중률은 무려 100%로, 내로라하는 전세계 e스포츠 전문가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물론 SENPAI가 처음부터 롤드컵의 모든 경기 결과를 맞힌 것은 아니다. 그룹 스테이지를 거치면서 데이터 학습이 충분히 쌓인 이후에야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SENPAI는 매치업에 앞서 양 팀 최근 5경기 성적을 기반으로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해 승률을 계산한다. 경기력 측정 기준엔 선취점, 포탑 선취점, 바론 사냥 횟수, 평균 골드 차이, 와드를 활용한 시야 확보 등이 포함돼 있다. 5개 경기를 교차 검증할 경우 정확도는 64.1%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SENPAI는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양상까지 정확하게 짚어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진 중국의 탑 e스포츠가 8강에서 프나틱(유럽)을 쉽게 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SENPAI는 이들에게 각각 50.5% 대 49.5%의 승률을 매기며 박빙을 예상했고, 실제로 3승 2패까지 가는 접전 끝에 TES가 승리했다. 

▲인공지능(AI) SENPAI의 롤드컵 승부 예측. 결승전까지 전부 맞아떨어졌다. 사진=SENPAI 제공


SEPAI는 언더도그의 반란까지 예상했다.

8강 토너먼트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3번 시드 자격으로 롤드컵에 진출한 쑤닝이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하지만 SENPAI는 쑤닝 대 징동 게이밍(JDG‧중국)의 8강전 승자를 쑤닝(54.5%)으로 점쳤고, 쑤닝 대 탑 e스포츠(TES‧중국)의 4강전 승자도 쑤닝(53.0%)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쑤닝은 SENPAI의 예상 승률대로 JDG와 TES를 가볍게 누르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쑤닝은 TES를 상대로 올해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SENPAI의 예측은 TES와 프나틱의 8강전에 앞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쯤 되자 SENPAI를 월드컵에서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점쟁이 문어’ 정도의 유희거리로 바라봤던 전문가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결승전 결과도 SENPAI의 예상대로였다. 

AI는 결승전에서 담원과 쑤닝이 만나는데, 52.7% 대 47.3%의 승률로 담원의 승리를 점쳤다. 앞선 예측을 통해 볼 때 3대 1 또는 3대 0의 스코어로 담원의 승리가 전망되는 부분이었고 실제로 담원은 3대 1로 쑤닝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SENPAI가 내놓은 결과물은 e스포츠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를 거듭할수록 LoL e스포츠는 프로야구 등의 여타 스포츠와 유사하게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e스포츠는 존재 자체가 데이터다. 데이터를 뽑아내기도, 가공하기도 쉽다.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최근엔 데이터에 손을 들어주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 상황대로라면 AI가 전력분석관의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미 IBM 등 유명 기업들은 AI를 e스포츠 시장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LoL e스포츠에선 독일 e스포츠 데이터 기업인 도조 매드니스가 지난해 1월 설립한 베이 이스포츠솔루션이 데이터에 대한 유통 권한을 독점으로 획득했다. 

“데이터로 선수들의 힘을 강화한다”는 모토의 베이 이스포츠솔루션은 e스포츠 선수들을 위한 AI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선수의 경기를 분석하고 전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측에 따르면 LCK의 한화생명e스포츠도 고객 중 한 명이다. 

마틴 닥셋 총괄은 지난해 10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e스포츠 시장은 선수·게임단·광고주 등 경기 관련 생태계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 e스포츠에서 파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부가 시장도 크게 발달할 것”이라면서 “프로그램 된 소프트웨어로 플레이하는 e스포츠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다. 데이터 분석이 선수들 기량을 결정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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