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돌봄전담사들이 처우개선과 돌봄사업 지방자치단체 이관 반대를 주장하며 예고한 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오후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줘 맞벌이 부부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 서비스인 만큼 학부모들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워킹맘 임모씨는 지난 4일 초등학교 1학년 딸이 다니는 학교로부터 오는 6일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학교 측은 "6일로 예정된 돌봄파업에 학교 돌봄전담사가 참여하게 돼 부득이하게 오전 긴급돌봄과 오후 돌봄교실이 미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저와 남편 모두 하루 전날 갑자기 연차나 반차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좀 멀리 사시는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의 하교를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둔 30대 워킹맘 김모씨도 돌봄전담사 파업에 아이 맡길 곳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김씨는 "코로나 불안 속에서 직장 때문에 아이를 돌봄교실 보내는 것도 미안한데 파업으로 운영까지 안한다고 하니 너무 화가 난다. 누군가의 절박함을 무기로 이용하는 것 아닌가"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의 친구 집에 돌봄을 부탁한 상황이다.
초등돌봄교실은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약 20만명이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하고 그중 80% 이상이 저학년인 1∼2학년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전국여성노조 등이 속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에 따르면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서 1500명, 학비노조에서 1500명, 전국여성노조에서 1000명 등 약 6000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전체 초등 돌봄전담사 1만2000명의 절반이 파업에 동참하는 셈이다.
연대회의는 돌봄 운영과 관련해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온종일 돌봄 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온종일 돌봄 특별법)' 폐기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돌봄전담사들은 지자체가 돌봄교실을 맡게 될 경우 사실상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본다. 지자체 예산에 따라 돌봄교실 환경이 차이가 나거나 열악해질 수 있다는 것이 연대회의의 입장이다.
연대회의는 돌봄 전담사들이 현재 4∼5시간만 노동 시간으로 인정받는 시간제 노동자이지만 시간 외 노동이 많은 만큼 8시간 전일제 전환 카드를 파업 철회의 핵심 요건으로 제시한 상태다.
이들에 따르면 각 시도교육청은 연대회의와의 단체교섭에서 최저임금 인상률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0.9% 인상안을 내놨다. 8시간 전일제 요구는 아예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
교육부는 돌봄 대란을 막기 위해 지난 3일 노조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시·도교육청이 참여하는 '초등돌봄 운영개선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파업이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아 파업 전 협의체 구성은 사실상 어려워진 모양새다.
여기에 교원단체마저 파업 시 대체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어 돌봄 공백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돌봄전담사와 교육당국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한 돌봄 파업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초등돌봄교실 파업 소식에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당장 휴가 낼 수도 없는데 어떡하나" "입장을 모르진 않지만 부모 입장은 답답하다" "아이를 대체 어디에 맡겨야 하나"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 아이를 볼모로 삼았다" "빨리 잘 마무리 되길 바란다" "하루로 끝났으면 좋겠다"등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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