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지난 12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A씨가 8촌 이내 사람들 사이의 혼인을 금지한 민법 제809조 제1항 및 제815조 제2호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A씨는 B씨와 2016년 5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3개월 뒤 B씨가 '6촌 사이'라는 이유로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이므로 무효라며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A씨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민법 제809조 제1항은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며 근친혼을 금지하고 있다.
A씨 측은 우리나라에서 혼인이 금지되는 혈족의 범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3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있고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은 4촌 이상 방계혈족 사이의 혼인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 측은 8촌 이내 사람들 사이의 결혼은 유전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유전적 측면에서 근친혼의 경우 유전적 질병의 발현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 인정되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혈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의식이 기초를 이루고 있다"며 "근친혼이 제한되는 범위는 민법상 친족 범위에 한정되고 혼인 질서를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입법상 공익이 상당하다"고 맞섰다.
공개변론에서 A씨 측 참고인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친혼은 혼인과 가족이라는 사회의 기초적 생활단위를 보장하기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금지돼야 한다"며 "5촌 이상 방계혈족 간에는 더 이상 생활공동체라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사정을 고려하면 근친혼 금지 범위를 4촌 이내로 축소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법무부 측 참고인 서종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마다 근친혼에 대한 인식이 다른 만큼 근친혼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는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범위가 외국 입법례에 비해 지나치게 넓다고 해서 반드시 위헌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직권으로 정한 참고인인 민속학자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는 "가족 개념 등에 변화가 있다고 해도 상례나 제례가 유지되는 한 '8촌이 곧 근친'이라는 과념은 오늘날에도 보편타당한 관념"이라면서 "다만 한국 사회에서 혈족에 관한 인식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다고 인정된다면 8촌이 근친이라는 관념이 보편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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