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른 3차 유행의 심각성과 내달 3일 있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고려해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방역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330명 발생해 총 확진자가 3만733명으로 집계됐다. 보통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주말이던 21일에는 평일보다 1만 건 이상 검사 건수가 줄었는데도 300명대를 기록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집계한 확진자 수치를 따져 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도 300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4일 0시부터 내달 8일 0시까지 수도권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호남권 전체도 거리두기를 1.5단계로 올린다. 다만 전북은 23일 0시부터, 전남은 24일 0시부터 시행된다.
현재의 수도권과 호남권 중심으로 한 연쇄 집단감염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도권의 지난 한 주(15~21일)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환자 수는 175.1명으로 거리두기 2단계 기준인 200명에 근접했다. 그 전주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호남권의 최근 1주간 일평균 확진자도 27.4명으로 1.5단계 격상 기준인 30명에 가까워졌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현재 상황은 매우 엄중하고 심각하고 지난 2~3월의 대구·경북 유행이나 8월의 수도권 유행에 비교해서도 이번 세번째 유행은 더 위험하다"며 "자칫하면 지난 2~3월의 유행보다 훨씬 큰 규모의 대규모 확산이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3차 대유행에 수도권 2단계…1.5단계 격상 닷새만
하루 평균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 거리두기 수준을 1.5단계로 높인 지난 19일 이후 닷새 만에 2단계가 실시되는 것이다. 2단계가 되면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방역 조치가 한층 강화된다.
중점관리시설 9종 가운데 클럽, 룸살롱을 비롯한 유흥주점·단란주점·감성주점·콜라텍·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은 아예 영업이 중단된다. 1.5단계에서는 시설 면적 4㎡(약 1.21평)당 1명으로 이용인원이 제한됐었다.
또 노래방과 실내 스탠딩 공연장은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중단된다.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다. 음식점은 저녁 시간까지는 정상 영업하되 오후 9시 이후로는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다.
일반관리시설 중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의 경우 2단계에선 무조건 100명 미만으로 제한된다. 1.5단계에서는 인원 제한이 면적 4㎡당 1명이었다.
영화관·공연장에선 좌석 안 칸 띄우기와 함께 음식 섭취 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PC방도 같은 조치가 적용되지만 칸막이가 있으면 좌석 한 칸을 띄우지 않아도 되고 칸막이 안에서 개별 음식 섭취도 허용된다.
실내체육시설은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중단되고 음식 섭취도 금지된다.
학원·교습소·직업훈련기관은 △8㎡당 1명 인원 제한 또는 두 칸 띄우기 △4㎡당 1명으로 인원 제한 또는 한 칸 띄우기와 함께 오후 9시 이후 운영 중단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독서실·스터디카페는 좌석 한 칸 띄우기(칸막이 있는 경우 제외)를 하되 단체룸에 대해서는 50%로 인원을 제한하고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예배나 법회 등 종교활동은 좌석 수가 30% 이내에서 20% 이내로 줄어들고 모임·식사를 금지한다. 스포츠 경기 관중은 30% 이내에서 10% 이내로 축소된다.
학교 수업은 밀집도를 3분의 1 수준(고교는 3분의 2)으로 권고하되 학사 운영 등을 고려해 최대 3분의 2 수준 안에서 운영할 수 있다.
3차 유행이 현실화하면서 강화된 방역 조치는 불가피하지만 민생 경제는 또 한 번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지급하던 소비쿠폰도 발생을 잠정 중단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가족과 지인의 모임을 정부가 관리·감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면 사적 모임 공간에서 나타나는 발생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