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21일 나주 은행나무수목원을 비롯해 전남지역 7곳 등 전국 100곳을 ‘2020 가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으로 선정‧발표했다.
전남도와 전남관광재단은 시‧군을 통해 25곳의 후보지를 추천받은 뒤 7곳을 최종 선정해 한국관광공사에 통보, 관광공사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하는 시스템이다.
이 사업은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다양한 대안 여행지를 발굴하고, 유명관광지에 편중된 여행수요를 분산해 포스트 코로나시대 안전한 여행문화를 만들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안전해야 할 여행지가 좁은 진입도로로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불편이 이어지면서 주민들과의 갈등이 시작됐고, 폭력사태와 집회로까지 번지는 등 논란이 커졌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6일, 홈페이지 등에 홍보 중이던 ‘2020 가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서 나주 은행나무수목원을 삭제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좁은 진입도로는 물론이고, 주민들과의 마찰까지 발생해 더이상 홍보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됐다”며 “안전한 곳으로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에서 건설업을 하는 A씨는 지난 2014년 나주 남평읍 광촌리 마을 뒤편 임야 등 8만2000평을 사들여 나무를 정비하고 2층 규모의 휴게시설을 건축, 지난해 3월 수목원 등록을 마치고 6월에는 카페를 개업했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등이 즐비하게 늘어선 수목원에 자리잡은 너른 잔디밭과 이국적인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는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고 명소로 알려지면서 80가구 120여 명이 사는 조용한 농촌 마을은 북적대기 시작했다.
별도의 진입로가 없는 수목원은 차 한 대 겨우 지나칠 정도의 비좁은 마을 안길과 농로를 이용해 오가야 하면서 잦은 교통사고와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지난달 11일에는 도로 혼잡을 항의하던 전 마을 이장을 수목원 주인의 아들이 폭행해 갈비뼈와 가슴뼈가 부러지고 입 안쪽을 7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진입로 인근 풍림3구 주민들과 계속돼 온 갈등은 폭행사건을 계기로 폭발했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주민들은 수목원 폐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며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2020 가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 후보지 추천을 위해 현장실사까지 벌인 나주시는 비좁은 골목길과 주민들이 마을 입구에 내 건 현수막도 무시한 채 후보지로 추천했다가 20여일 만에 ‘취소’되는 망신을 샀다. 허술한 행정이 전남 관광의 신뢰를 일순간에 실추시킨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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