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결국 법정行 “700억 들여 짓고, 뒤엎는데 ‘깜깜이 예산’”

광화문광장 결국 법정行 “700억 들여 짓고, 뒤엎는데 ‘깜깜이 예산’”

기사승인 2020-12-01 15:41:02
▲사진=1일 오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연대, 문화도시연구소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가 무효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실련 제공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누구도 총 사업비가 정확히 얼마인지 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추진 사업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도시연대, 문화도시연구소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1일 오전 10시30분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를 상대로 무효확인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은 지난 2009년 약 7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사한 뒤 시민에게 개방된 지 1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시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선출직 공무원이 궐위된 상황에서 긴급하게 공사를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시가 광화문광장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부당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반하여 서울시민, 나아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권력 행사에 대한 국민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보호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게 이들 단체 입장이다.
▲사진=지난달 1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으로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무효의 근거는 크게 5가지다. 소송을 맡은 백혜원 변호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리걸클리닉센터 자문변호사)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시의 최상위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포함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도시관리계획은 도시기본계획에 부합되어야 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25조 1항)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사업의 시행자는 실시계획을 작성해야 하는데 시가 실시계획 없이 7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되는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명백히 관련법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헌법상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시민단체는 “광화문광장은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집회 및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집회 등이 이루어진 국민의 의견이 표출되는 광장”이라며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민의표출 상징인 광화문광장을 집권기간 내지는 재임기간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서울시민, 나아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봤다. 또한 공사 강행으로 시민이 교통 체증, 공사로 인한 소음, 환경 오염 및 공해로 피해를 입을 것이 예상되므로 헌법 제35조에서 보장하는 환경권도 침해한다고 보았다.

▲사진=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으로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태현 기자

아울러 백 변호사는 “권한대행의 업무 수행 범위는 현상유지적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출직 공무원인 서울시장의 유고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예산을 함부로 집행해 현상 변경을 이루려는 건 권한대행자의 업무 수행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광화문광장 사업이 마땅히 거쳐야 할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가재정법 제38조 제1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에 대해 예산편성 이전 미리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과거 무분별한 국책사업 추진에 따른 예산낭비를 방지하고자 김대중정부가 도입한 제도이다. 시는 광화문광장 사업이 ‘문화재 복원사업’으로 면제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광화문광장 사업의 본질은 세종대로 도로를 정비하겠다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어 시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사진=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으로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태현 기자

김상철 서울재정시민네트워크 위원장은 “공론화에 대해 시는 횟수를 강조한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시민과의 공론화를 통해 방향을 완전히 새로 잡겠다면서 광화문광장 사업의 잠정 중단을 선언한 뒤에도 기존의 사업과 관련한 계약은 계속 추진 중이었다. 또 공론화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모두 반대한 사업은 여전히 변경 없이 추진 중이다. 공론화 자체가 무효”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떤 사업에서 어떤 사업까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에 포함되는지 알 길이 없다. 또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이라는 이름의 사업 역시 총사업비가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다”며 “시는 내부 정보와 예산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6일 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에 착수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광화문광장~서울역 2.6km 구간에 대해 차로를 축소하고 보행성을 개선하며 광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광화문광장의 서쪽(세종문화회관 방향) 차로를 쉼터와 나무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로 나뉘었던 양방향 통행은 동쪽(주한 미국대사관 방향)으로 몰아 차로를 7~9차선으로 확장하는 게 골자다. 

시는 사업과 관련해 시민단체 등과 300차례 넘게 협의를 진행했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정협 권한대행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300회가 넘는 긴 과정 끝에 시민들이 새롭게 완성한 ‘시민이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광장’이 첫 삽을 뜬다”면서 “2016년부터 광화문포럼이 운영되고, 2018년 광화문시민위원회로 활동을 이어가는 촘촘한 논의 과정을 통해 광화문광장 청사진의 씨줄과 날줄이 짜여졌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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