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출범해 올해로 9년차를 맞은 ‘리그 오브 레전드(롤)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내년 프랜차이즈 도입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프랜차이즈 제도 속에선 리그를 통해 얻는 중계권료나 리그 스폰서 수익을 가입 팀과 선수, 리그가 골고루 나눠 가진다. 앞서 프랜차이즈를 도입한 중국(LPL), 북미(LCS), 유럽(LEC) 리그가 프랜차이즈 출범 이후 질적, 규모적인 면에서 크게 발전한 것으로 미뤄 볼 때 LCK의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LCK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것을 기념해 쿠키뉴스가 리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선수 및 관계자들과 함께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달 2일 ‘리그 오브 레전드(롤)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프랜차이즈에 최종 합류할 10개 기업을 발표했다.
브리온이스포츠, 샌드박스게이밍, 아프리카프릭스, KT스포츠, 팀다이나믹스, 한화생명보험, DRX, 젠지e스포츠, SK 텔레콤 CS T1, 에이디이스포츠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프랜차이즈는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 온 라이엇 게임즈의 새로운 도전 과제다. 프랜차이즈화를 발판으로 팀과 선수, 팬들의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선순환 e스포츠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LCK를 수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다.
프랜차이즈 모델은 리그와 팀이 파트너가 돼 리그 관련 의사결정을 함께 내리고 운영 수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LCK와 더불어 세계 4대리그로 꼽히는 북미(LCS)와 중국(LPL)은 2018년부터, 유럽은 2019년부터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프랜차이즈 모델은 리그의 가치 상승을 기대케 한다. 실제 2018년 포브스가 발표한 자료에서 유럽 팀인 프나틱은 팀 가치가 1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500억원)였는데 프랜차이즈 도입 이후인 2019년에는 1억 75000만 달러(한화 약 2170억원)로 500억 원 이상 상승했다. 2018년 프랜차이즈를 도입한 북미 지역의 팀솔로미드(TSM)와 클라우드 나인(C9)은 2018년 대비 증가 폭이 9000만 달러에서 1억 5000만 달러로 증가, 두 팀 모두 팀 가치가 4억 달러(한화 약 4900억원) 정도에 달했다.
LCK가 프랜차이즈 모델 도입을 선언하자, 여론은 의구심을 표했다. 프랜차이즈 가입비만 100억원에 달하는데, 한국 시장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면 게임단이 난색을 표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LCK 프랜차이즈 모집엔 기업 21곳이 줄을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다.
수많은 기업들이 기꺼이 LCK의 도전에 동행을 자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상헌 라이엇 e스포츠 사업총괄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LCK의 해외 인기에 주목했다. “LCK는 세계 4대 리그와 비교 했을때 압도적인 해외 시청자 수를 기반으로 한 견고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하고 있어요. LCK는 지난 10년 동안 총 6번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리며 롤드컵 최다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보유 중이에요. 어떤 리그도 넘보지 못할 유산이죠. 2020 LCK 서머는 순 시청자 수 403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67%에 해당하는 270만 명이 해외 시청자예요. 국내 시청자보다 약 두 배가량 많아요.”
해외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은 LCK 특성상 홍보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LCK 프랜차이즈에 몸을 담은 기업들은 보다 많은 투자와 스폰서십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각기각색의 10개 기업이 리그의 공동 주인이 되면서 비롯될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프랜차이즈가 도입되면 1부, 2부로 나눠지는 지금의 강등 제도가 사라집니다. 참가팀이 LCK에서 강등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가진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어요. 이미 투자를 하고 있는 기업보다는 새롭게 진입할 기업들에게 더 큰 이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LCK 참가팀 스폰서로 들어왔다가 팀이 사라져서 홍보 효과를 상실하게 되는 최대의 리스크가 사라졌습니다.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이 이제는 가능해 질거예요.” (채정원 아프리카TV 인터랙티브 사업본부장)
“LCK가 안정적인 투자처가 되면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인적 자원 영입과 육성을 활발히 진행할 수 있죠. 이는 자연히 LCK의 질적 향상과 흥행을 이끌 거예요. 두터운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LCK가 안정성과 흥행성을 모두 보유하게 된다면, 궁극적으론 한국 e스포츠 시장도 확대 될 겁니다.” (오상헌)
“LCK는 지금까지 잘 해왔어요. 하지만 더 큰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 라이엇 자체의 기존 역량에 새로운 브레인, 전문가 집단의 합류를 필요로 했고 그걸 요청한 것이 프랜차이즈라고 생각합니다. 젠지와 T1 같은 e스포츠 전문 기업, KT 한화 같은 대기업. 아프리카와 같은 방송국, 샌드박스와 같은 MCN 기업. 전문화 된 능력을 갖춘 검증된 회사들입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나오는 시너지가 프랜차이즈의 핵심이에요. 여러 최고의 전문가들이 만들어 낼 시너지가 LCK의 미래를 만들 겁니다.”(전용준 캐스터)
물론 장밋빛 미래만 기대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첫 번째가 승강전 폐지로 인한 부작용이다.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시작해 3년 만에 LCK와 롤드컵 정상을 거머쥔 담원 게이밍과 같은 드라마틱한 사례가 사라지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몇몇 중하위권 팀이 강등 걱정이 없다는 이유로 성적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 연봉 상승(6000만원)으로 인해 게임단의 지출 비용이 상당해지는 것 또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몇몇 게임단 관계자들은 “현재 게임단 운영은 돈이 빠져나가기만 하는 구조”라며 “제도적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이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한탄하기도 한다.
“프랜차이즈가 좋은 효과를 불러올 건 확실해요. 다만 리그의 경쟁력 강화는 프랜차이즈만 도입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죠. 북미 프랜차이즈는 좋지 않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팀의 수익만을 추구하다 보니 선수보단 상업적인 부분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최근에도 일부 구단들이 지나친 수익화 사업을 급진적으로 추진하다가 팬들의 반발에 부딪혔어요. 게임단 육성과 성적, 상업화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느냐가 LCK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지환 팀 다이나믹스 대표)
“승강전 폐지가 드라마 같은 스토리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은 역동성을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점이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이는 리그와 각 팀 모두가 프로로서 e스포츠 본연의 의미를 잊지 않고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으로 앞으로 리그의 과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상헌)
LCK의 시작과 부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전용준 캐스터는 LCK 프랜차이즈의 방향성이 궁극적으로는 ‘돈’이 아니라 ‘팬’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랜차이즈 모집 첫 공지가 나갔을 때, 여러 내용들이 있었어요. 이 가운데 라이엇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강조한 것이 ‘팬’과 관련된 거였어요. 어떻게 팬과 함께, 팬에 의한 LCK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그 가치를 매우 우선적으로 봤어요. 수익 창출보다 미래 비전과 가치를 중요시 했다는 말이죠. 팬을 위한 생각을 가진 팀들이 모여서 도출해낼 LCK의 미래는 결국 팬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프랜차이즈의 컨셉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는 프랜차이즈 참가 신청 팀에게 보낸 그 질문들에 고스란히 나와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를 도입하면 분명 전 보다 나아지겠죠. 하지만 어떻게 나아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엇이 프랜차이즈 도입을 통해 원한 건 선수의 권리, 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파트너입니다. LCK의 장미빛 미래를 그릴 '키'가 무엇인지는 이미 정답이 나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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