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가 학교 근처로 이사 온다?” 들끓는 거주 제한 목소리

“성범죄자가 학교 근처로 이사 온다?” 들끓는 거주 제한 목소리

기사승인 2020-12-04 16:17:16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쿠키뉴스DB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한 조두순의 출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성범죄자 거주지를 학교, 유치원 등 아동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제한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두순은 오는 13일 출소 예정이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에서 8세 여아를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심신미약이 인정돼 징역 1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조두순은 교정당국과의 면담에서 출소 후 안산에 돌아와 아내와 살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두순이 살 곳은 수감 전 살았던 아파트가 아닌 안산시 내의 다른 지역이다. 지난달 26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조두순 아내는 최근 안산시 내 다른 동 지역에 전입 신청을 했다. 안산시는 기존 아파트 단지 주변에 설치했던 방범 초소를 옮겼고 앞으로 설치할 CCTV도 새 거주지를 중심으로 세운다는 방침이지만 주민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조두순 아내가 전입 신고한 지역으로 알려진 곳은 안산시의 다가구,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이다. 병설유치원,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등 아동 밀집 공간 다수가 위치해 있다. 이에 아동성범죄가 대부분 가해자 거주지역 3km 이내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 아동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로부터 일정 거리 내에는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3일 한 아나운서는 SNS상에 “조두순이 이사 온다는 동네가 초등학교, 고등학교, 어린이도서관, 유치원 한복판”이라며 “어린이들이 많은 곳에 조두순이 살아도 되는 건가”라고 비판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안산시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화가 난다” “어디 무인도 가서 숨어 살지 염치도 없다”는 댓글이 달렸다.

▲사진=지난 9월18일 안산시청에서 열린 조두순 출소 대책 논의. 연합뉴스 제공

한국에 출소한 성범죄자의 거주지 제한을 하는 법은 없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학교 중 절반 이상이 반경 1km 이내에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주변 성범죄자 현황’에 따르면 전국 학교 1만2077개 학교 중 6522개 학교(54.3%)가 반경 1㎞ 안에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342개 학교의 88.5%(1187개 학교)가 이에 해당해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5년 플로리다주를 시작으로 현재 대부분 지역이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학교·유치원·공원·놀이터 등 아동이 밀집하는 모든 장소부터 일정 거리(약 600m) 밖으로 제한하는 일명 ‘제시카법’을 시행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015년 대한성학회지에 실린 윤가현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성폭력범죄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으로부터의 교훈: 미국의 거주지 제한정책을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거주지 제한정책이 성범죄 재발 방지나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증거는 거의 없다. 또 여러 연구자들은 오히려 이 같은 정책으로 성범죄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재범 위험을 높이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미국과 한국의 인구 밀집도 자체가 다르다. 미국은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 학생들이 차를 타고 등교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아이들이 많은 곳이 학교나 공원 뿐인가. 학원까지도 생각한다면 한국에서는 거주지 제한정책의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인권침해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승 연구원은 ‘격리’가 아닌 ‘치료’가 목적인 보호수용제도를 시급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 연구원은  “소아성애자는 길에서 아이와 눈만 마주쳐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보호관찰제도, 전자발찌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교화가 어려운 범죄자들은 별도 시설에서 전문가 관리 하에 치료를 받는 보호수용제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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