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중반의 전종서는 어쩌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이 노래를 사랑하게 됐을까. 지난달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콜’ 때문이었다. 전종서가 연기한 영숙은 1999년에 살고 있는 스물여덟 살 여자 아이로, 서태지를 무척 좋아한다. 전화기 너머 낯선 이를 통해 1년 후 나올 서태지의 ‘울트라맨이야’를 미리 들으면서 그는 심각한 얼굴로 묻는다. “이게 태지 오빠 노래라고요?” 상대가 답한다. “미국에서 돌아와 2000년 컴백해요.” ‘문화대통령’의 파격 변신에 충격이라도 받은 걸까. 영숙은 “목소리는 맞는 것 같은데…”라며 아리송해한다.

“원작(‘더 콜러’)과는 완전히 차별화하고 싶었어요. 영숙이라는 캐릭터를 독보적인 존재로 세워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강했죠. 관객에게도 반감보다는 충격이나 신선함을 주고 싶었어요. 천진난만하고 말썽꾸러기 같은, 마치 이 모든 걸 장난으로 여기는 듯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으로 데뷔해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던 전종서는 이번 ‘콜’로 해외 관객에게 또 한 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기대를 모은 ‘모나리자 앤드 더 블러드 문’은 지난해 촬영을 마친 상태다. 전종서는 “좋은 의미로 미친 영화”를 좋아한다. 데뷔작 ‘버닝’과 신작 ‘콜’도 그런 영화였다. 그는 “상대를 재밌게 하거나, 흔들거나, 일깨워주거나, 충격과 신선함과 새로움을 안길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콜’은 지금의 제게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폭발해버릴 것 같은 시한폭탄 같은 에너지를 뜨겁게 가진 시기가 20대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갖고 있는 열기, 열정, 에너지의 온도와 비례한 작품이라고 느꼈고, 영숙 역시 그런 것들을 충분히 쏟아부어도 괜찮을만한 넓이와 깊이를 가진 캐릭터라고 봤어요. 앞으로도 ‘미친 영화’를 하고 싶어요. 조바심, 걱정, 두려움 때문에 건드리지 않았던 부분에 다가갈 수 있는, 안전궤도 바깥에 있는 도전적인 영화를요.”
wild37@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