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기자 = 장애인은 ‘중증’과 ‘경증’으로 구분한다. 지금은 사라진 장애등급제에서 1~3급에 해당하는 이들이 중증장애인이고 나머지 4~6급이 경증장애인이다. 이중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장애인이 취업하기란 쉽지 않다. 경증장애인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의무고용제도가 느슨한 탓에 그들이 설 자리는 실제로 많지 않다.
“의무고용·권리중심 일자리 도입 어려우면 간접고용이라도”
쿠키뉴스가 지난 4일 만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러한 중증장애인 생계보전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장애인이 일할 권리를 국가(금융공공기관)가 나서서 보장해줘야 한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전장연은 지난달 산은 실무자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전장연은 그 자리에서 의무고용률 3.4% 조기이행을 촉구했다. 또 ‘권리중심 맞춤형 일자리’ 도입을 제안했다.
부담금을 낼 바엔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 등을 전개하면 장애인은 자립심을 기를 수 있고 기관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서울시가 시범운영 중인 사업과 유사하다. 시는 중증장애인과 탈 시설 장애인을 위한 공공일자리(장애인 권익옹호·문화예술·인식개선 강사)를 발굴, 제공하고 있다. 장애인 220명이 시 소속으로 근무 중이다.
전장연 관계자는 “우리가 바라는 건 사무보조나 금융지원이 아닌 최저임금으로 줄 수 있는 업무를 할당해달라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중증장애인에게 맡기기에 일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은 화장실 청소가 두드러지게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도저도 아닐 경우 장애인 단체가 제안하는 마지막 카드가 있다. 바로 간접고용이다. 직접고용이 어려우면 간접고용을 해서라도 중증장애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최후통첩이다. 사기업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명함 등 그들이 만든 2차 생산물을 구입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산은은 다만 이에 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전장연 관계자는 “간접고용을 실제로 제안하지만 그럼에도 안 한다. 이유는 손해 볼 게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관 입장에서도 (간접고용을) ‘언젠가는 할 일’이지만 당장 업무동기가 안 되기 때문에 실천하지 않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생산성 아닌 노동권 위한 일자리 확대”
전장연은 내달 산은과의 두 번째 면담을 앞두고 있다. 두 달의 유예기간을 준만큼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고대하고 있다. 전장연은 아울러 금융감독원에도 찾아가 동일한 요구를 할 계획이다.
전장연 관계자는 “중증장애인들은 일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이들을 모두 외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돈을 받더라도 연금으로 받는 것과 일당을 받는 것은 다르다. 생산성을 위한 일자리가 아닌 노동권을 위한 일자리”라며 “이런 일자리를 확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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