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아동을 납치, 성폭행한 조두순(68)이 재범 위험성을 안고 오는 12일 사회로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7월 조두순과 면담을 한 뒤 “(조두순이) 막연히 일용노동을 할 것이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사회생활 계획이 없어서, 불안정한 생활 상태가 지속될 걸로 예상한다”면서 “재범 위험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법무부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외출 금지 △음주 금지 △교육시설 출입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특별준수사항 추가를 요청했다.
조두순은 출소 이후 최고 수준의 보호관찰을 받게 될 예정이지만 많은 시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조두순이 교도소 내에서 50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했는데도 재범위험성이 여전하다는 데에 의문을 가진 이들도 많다.
교정기관에서 이뤄지는 교육, 교화 프로그램의 실효성이 있냐는 것이다.
◇ 출소자 5명 중 1명은 다시 감옥으로…줄어들지 않는 재복역률
교정기관에서는 수형자의 재범을 막고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해 다양한 교육·교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복역 시기에 따라 가족관계 회복프로그램, 문화예술프로그램, 석방전 교육, 검정고시반, 외국어 교육과정(영월교도소의 중국어반), 전문대학 위탁교육과정(순천교도소의 순천제일대학교 커피바리스타, 외식조리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재복역률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출소자의 3년 이내 재복역률은 5년째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출소자 3년 이내 재복역률은 지난 2015년 21.4%에서 2016년 24.8%, 2017년 24.7%, 2018년 25.7%, 2019년 26.6%를 기록했다.
법무부에서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5명 가운데 1명꼴로 다시 교도소에 들어오는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수형자 내면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인성교육을 대폭 확충했다. 지난 2013년 이전까지는 인성교육이 3~5일에 걸쳐 15시간 정도에 그쳐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 교육 시간은 늘었지만…버젓이 ‘인성교육’ 내걸고 부동산 강의
지난 2015년부터는 전체 신입 수형자를 대상으로 ‘집중인성교육’이 시행 중이다. 집중인성교육은 헌법가치, 인문학, 동기부여, 분노조절, 가족·대인관계, 긍정심리, 효행교육, 집단상담, 아버지·어머니 학교, 의사소통기술, 미술·음악·웃음·독서치유, 권리의무사항 및 수용생활 오리엔테이션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잔여 형기 3개월 이상 수형자는 일단 모두 기본교육 70시간을 받는다. 이후 기본교육, 재교육 수료 후 3~5년마다 50시간의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징역 3년 형을 받은 수형자는 출소 전까지 기본교육 70시간을 1회만 받을 수 있다. 징역 20년 형을 받은 수형자는 출소 전까지 기본교육(70시간)을 받은 이후 신청에 의하여 혹은 의무적으로 재교육을 3~5회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전문가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사진치료, 분노조절 등 심리적 인성교육에 치우쳐 의식변화나 교화와 직결되는 도덕, 사회적 인성교육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우려한다. 천정환 동서대학교 경찰학과 부교수가 지난 8월 발표한 ‘수용자 인성교육의 변천과 개선방안’ 논문에 따르면 일부 교정시설에서는 교화나 인성과 전혀 무관한 부동산법, 부동산 실무 등의 강의가 ‘인성교육’의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천 부교수는 “인성프로그램은 재범률 감소라는 목적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면서 “인성과 전혀 관련 없는 부동산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 과목이 다양한 것은 좋지만 한 과목 당 수강 시간이 2~6시간에 그쳐 과연 수형자들에게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다. 한마디로 ‘보여주기식’”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해당 교정시설 관계자는 “범죄자는 출소 후 사기 피해를 당했을 경우 일반인과 반응이 다르다. 더 큰 보복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추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재범을 막고 또 준법정신 함양이라는 맥락 하에서 관련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성범죄자 심리치료, 재범률 감소 효과 있긴 한데…현장선 인력 부족에 허덕여
그렇다면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심리치료는 어떨까. 교정시설에서는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위험성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시간에 따라 기본(100시간), 집중(200시간), 심화(300시간) 과정으로 구분하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자아존중감, 자기 이해, 대인관계, 성의식, 사건이해, 피해자 공감을 거쳐 미래계획을 세우는 순서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성범죄자 심리치료는 재범률 감소 효과가 있을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지난 10월 펴낸 ‘교정시설내 성범죄자 심리치료 프로그램 효과성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의 재범 위험성은 치료 집단에 비해 1.29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역시 지난 2015년 26.3%였던 성폭력 사범의 재복역률은 해마다 꾸준히 줄어 지난 2018년엔 11.2%를 기록했다면서 심리치료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교정기관 심리치료 전담 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환경은 고질적인 문제다. 최근 4년간 성범죄자 1839명이 교정기관에서 성범죄 재범방지 심리치료를 끝내지 못한 채 출소했다. 현재 53개 교정기관 내 심리치료 담당자는 모두 135명으로 이들은 성폭력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마약사범 등 모든 심리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들이 담당한 수형자 수는 모두 3만7948명이었다.
뿐만 아니다. 전국 53개 교정기관 중 심리치료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심리치료과’가 있는 교정기관은 단 5곳(안양‧의정부‧진주‧천안‧군산 교도소)이다. 대부분의 심리치료 직원들은 ‘보안과’ 산하 심리치료팀에 소속돼 수형자 구금‧출정 등 교도소 보안 업무까지 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성폭력 심리치료 실시율은 대상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부 강사 출입까지 제한되며 지난 9월까지 대상자 18.3% (총 6526명 중 1193명)에게만 심리치료가 실시됐다.
◇ 전문가들 “전문 인력 충원과 개방적인 인사행정 시급”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심리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출소 이후까지도 치료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재범을 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그 범죄자의 마음 상태에 있다”면서 “지속적인 심리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내면에 있는 깊은 이야기를 듣고 범죄 의지를 억제하는 게 힘든 상태라는 점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또 심리 전문가가 이를 사법기관과 공유해 재범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교정·교화 프로그램 전문 인력 충원과 효율적 인사 배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국제협력실장은 “교정시설 내에서 심리치료 전담 인력에게 공무원 사회에서 통용되는 순환보직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며 “특채로 들어온 전문 인력들은 심리치료만 계속해서 맡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 부교수는 “인성교육의 효과성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 요소는 교육 주체인 교도관, 외부 강사의 전문성과 교육관에 달려있다”면서 “교육 담당자를 알음알음 채용하는 폐쇄적인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과학적이고 개방적인 인사행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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