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 ‘개악’이라는데, 민주당만 ‘개선’ 자찬

노동자들 ‘개악’이라는데, 민주당만 ‘개선’ 자찬

강은미, “노동자 생명 담보로 역사 거스른 껍데기 노동법 강행처리”
한정애, “특고3법·ILO3법 등 처리해 국제수준으로 상향했다” 평가

기사승인 2020-12-11 05:00:03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본회의를 열고 노동관련 6법을 강행처리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9일 택배기사도, 대리운전기사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해고 노동자도, 실업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이른바 ‘특고3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징수법 개정안)’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비준을 위한 ‘ILO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개정안을 사실상 단독 상정·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은 자찬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9일에 이어 법안이 통과된 다음 날인 1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잘사는 대한민국의 기반을 만들었다. 택배노동자를 보호하고,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는 ILO3법을 처리했다”고 자축하며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다음을 약속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 역시 “고용보험법과 산재보상법 등 특고3법과 함께 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도 처리했다. 이는 상당히 유의미하다”면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강화되고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가 국제수준에 발맞춰 상향되는 등 아직은 부족하지만 입법적 쾌거라고 표현할 성과를 달성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다.

반면 노동계와 가까운 정의당은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8일 의원총회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관련 6법을 ‘ILO 핵심협약과 상관없는 껍데기 개악안’이라고 명명하며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안 논의와 노동자 생명을 담보로 역사를 거스르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법안이 통과되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진짜 공정경제3법’ 제정과 노동법 독소저항 삽입저지를 위해 노력했으나, 힘에 부쳤다. 막아내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김 대표는 “전속고발권 폐지와 노동 이사제 등의 도입, 그리고 노동법의 제대로 된 개정을 위해 다시 신발끈을 묶겠다”고 엄중히 약속했다.

대한민국 양대노동조합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7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철폐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인해 특수고용노동자 절반 이상의 소득이 줄고 건강보험료 등 세금성 부담은 늘어 생활고와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 ‘노동개악’이 이뤄져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와 진정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에 다시 박차를 가하겠다는 다짐을 전한 셈이다. 

심지어 노동계는 ‘투쟁’을 선포했다. 차기 집행부 선출을 위한 결선투표를 진행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 후보들은 10일 합동토론회에서 국회가 의결한 노동관련 6개 법안을 ‘노동법 개악’이라고 명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김상구(1번)·양경수(3번) 후보 모두 “문재인 정권과 여당이 노동법 개악을 날치기로 밀어붙였다”며 정상화를 공언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도 열어 “개악된 노조법에 따르면 해고자와 실업자가 조합원이 되더라도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만 지우고 권리는 없는 서류상 조합원이 된다”는 등 통과법안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며 “ILO 핵심협약비준은 없고 독소조항만 남았다. 정부는 즉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국제기준에 맞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당장 국회는 10일 30일간 이어질 임시회를 개회했지만 국가정보원법 등 쟁점법안들에 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시작돼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원내 양당체계가 더욱 공고해지며 정의당 등 소수정당의 목소리에 좀체 힘이 실리지 않아 이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기가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원내대표와 한 정책위의장이 약속하고, 정의당과 노동계가 요구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기업들의 격렬한 반대와 정치권의 미온적 태도로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한 노동계 인사는 “국회가 외면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늘어간다. 공수처 같은 권력다툼보다 생명을 살리는게 하찮은 일이냐”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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